-파리바케뜨 '시크릿 케이크'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파리바게뜨의 1세대 케이크인 '버터케이크'. 버터와 설탕, 달걀을 주재료로 사용해 1980년대 케이크 업계를 선도했다. 1990년 들어서면서 보다 부드럽고 칼로리가 낮은 '생크림 케이크'가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특히 파리바게뜨의 포시즌케이크는 네 가지 과일을 생크림 위에 장식해 연일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0년에는 말 그대로 '거품'처럼 입 안에 녹는 무스 케이크가 케이크 3세대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2012년에는 어떤 제품이 케이크 4세대를 평정하게 될까.
파리바게뜨는 지난 9월 '시크릿 케이크'를 출시했다. 총 3층으로 겹겹이 쌓아올린 이 제품은 하나의 케이크에서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케이크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아 탄생할 때부터 '4세대 케이크'라는 애칭이 붙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출시 한 달 만에 10만개 판매고를 올렸으며 크리스마스 시즌 전인 지난 23일까지 집계된 판매량만 해도 30만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제과업계에서 연중 최고 대목이라고 불리는 24일과 25일, 또 연말인 31일과 연초인 1월1일 판매량까지 합치면 새로운 기록을 갱신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시크릿 케이크의 인기 비결은 뭘까. 시크릿 케이크에는 두 가지 비밀(Secret)이 숨겨있다.
첫 번째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케이크를 잘라 단면을 봐야한다. 시크릿 케이크는 바닐라 시폰과 초코 시폰, 바삭한 초코쿠키를 겹겹이 쌓아올린 제품이다. 또 이들 층과 층 사이를 부드러운 우유 푸딩으로 채워놓아 총 세 가지 이상의 맛을 낸다. 겉은 생크림으로 감싸고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단순한 케이크 같지만 맛을 보면 층층마다 각기 다른 맛을 낸다는 게 첫 번째 비밀이다.
두 번째 비밀은 케이크 속 쿠키의 바삭한 식감에 있다. 쿠키는 생크림 속에서 곧 눅눅해지기 때문에 바삭한 식감을 살리기가 어렵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쿠키 겉면을 초콜릿으로 코팅해 두 번째 맛의 비밀을 숨겨놓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처음부터 시크릿 케이크의 제품 개발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각기 다른 성질의 재료를 층층이 쌓아올린 터라 맨 아래 층의 재료가 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내리기 일쑤였던 것. 제품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재료의 배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파리바게뜨 식품기술연구소에서 장장 6개월간에 걸쳐 제품 개발이 이뤄졌다. 이 기간 동안 개발자들이 직접 맛보고 일부는 버렸던 케이크만 해도 300개가 넘는다.
결국 차별화된 맛과 이를 향한 집념으로 만들어진 시크릿 케이크는 소비자들의 케이크 구매 패턴도 변화시켰다. '디저트'로 케이크를 먹기 위해 시크릿 케이크를 구매하는 층이 일반 케이크 구매 비율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맛으로 소비자에게 선택받았다는 것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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