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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초단기 예금 폭증..유동성 함정 갇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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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3년만기 대출계획 발표후 되레 폭증..시중 은행 여전히 대출 꺼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에 예치해두는 하루짜리(overnight) 초단기 예금 규모가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동안 급증해 사상최대치를 갈아치운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22일 ECB가 새로 도입한 3년 만기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럽 은행들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힌 후 오히려 ECB 오버나이트 예금이 급증해 '유동성 함정'의 조짐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CB가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 시중 은행들에 공급해준 3년 만기 자금이 돌지 않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2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으로 ECB의 오버나이트 예금 규모는 4118억유로로 집계됐다.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 3470억유로에서 무려 648억유로나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사상 최대치였던 3843억유로를 단숨에 넘어선 것이다.


ECB의 오버나이트 예금 창구는 통상 은행들이 여유 자금을 비축해두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기업이나 다른 은행에 대출해줬다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을 경우 자금을 안전하게 ECB에 예치해두는 것이다. 때문에 ECB에 예치해둔 시중 은행 자금이 늘어나는 것은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 정도를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로 해석된다.

그런데 ECB가 시중 은행들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후 오히려 ECB 예금이 폭증해 시장 관계자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ECB는 새로 도입한 3년 만기 대출을 통해 523개 은행에 4890억유로를 대출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CB의 3년 만기 대출 금리는 1% 수준이다. 반면 ECB의 오버나이트 예금을 통해 은행들이 받을 수 있는 금리 수준은 0.25%에 불과하다. 즉 은행들이 ECB로부터 3년 만기 대출을 받아 오버나이트 예금 창구에 넣어두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버나이트 예금 규모가 급증한 것은 그만큼 은행들이 대출이나 투자 등을 통해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휴 밴 스티니스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3년 만기 대출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여전히 주요 국가의 불확실성이 남겨져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ABN암로의 얼라인 슐링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ECB 3년 만기 대출의 성패를 따지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말이고 시장은 매우 조용하며 많은 기관들은 이미 거래를 마감했다"며 "마지막 주간에는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27일과 28일 예정된 이탈리아의 국채 입찰은 ECB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 발표후 시장의 불안감이 줄었는지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는 27일에 6개월물 90억유로, 2년물 25억유로 국채 입찰을 실시하고, 28일에도 3년, 5년, 10년물 국채 50억~80억유로어치를 매각할 계획이다.


1조9000억유로의 부채를 보유 중인 이탈리아는 내년에 약 3500억유로를 상환해야 하며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 1분기에만 1000억유로 이상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ECB는 은행들이 1% 수준의 금리로 3년 만기 대출을 받아 현재 10년물 기준으로 금리가 7% 수준인 이탈리아 국채 등 유로존 국채 매입에 나서주기를 원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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