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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탈세와의 전쟁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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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부채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 당국이 탈세가 불명예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탈리아에서 최근 세무 공무원들이 어린 중학생을 대상으로 특별 강의에 나서는 등 납세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정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탈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자영업자 수가 많은 데다 과도한 세금 부담에 대한 불만이 높아 탈세가 만연한 상태다.


이탈리아 국세청에 따르면 전장 10.7m가 넘는 요트 소유자 가운데 절반 정도는 연간 소득을 2만6000달러(약 2980만원) 이하로 신고했다. 자가용 비행기 소유자 604명은 연간 소득이 2만6000~6만5000달러에 불과하다고 신고했다. 이에 이탈리아 국세청은 탈루 소득으로 연간 약 1500억달러의 세금이 덜 걷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지 매체 '라디오 24'는 최근 이탈리아에 고급 차량 250만대가 있지만 납세자 4100만명 중 연간 소득이 26만달러 이상이라고 신고한 사람은 2%도 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탈리아 통계청은 자국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7.5%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서유럽에서 몰타·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지하경제 비중이 더 높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탈세를 막기 위해 마리오 몬티 총리는 최근 발표한 400억달러 규모의 경제 개혁안에서 세금 규정을 강화했다.


소득 신고와 관련해 세무 당국의 은행 계좌 조사권을 강화하고 1300달러 이상 현금 거래를 금하며 탈세 범죄에 해당하는 금액 기준도 낮추기로 했다. 더욱이 이탈리아 정부는 연간 소득이 2만6000만달러라고 신고하는 이들에게 130만달러에 상당하는 부동산을 구매할 수 없도록 조만간 조치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인들의 세금 부담이 너무 무겁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로마의 한 레스토랑 주인은 탈세가 생존의 문제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레스토랑을 처음 개업했을 때 담당 회계사가 세금을 모두 낸다면 즉시 레스토랑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법을 존중할 경우 음식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세금을 정직하게 모두 내면 종업원 임금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가들도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세금을 줄이고 자산에 대한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그나치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세금 부담이 전체적으로 45%나 늘었다며 세제 개혁으로 세금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세금 부담에 대한 불만이 높은데다 이탈리아의 경우 자영업자 수가 500만명으로 각각 390만명, 270만명에 불과한 독일·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때문에 소득을 누락해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2009년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근로자의 절반에 가까운 약 2000만명이 연간 소득을 2만달러 이하라고 신고한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뉴욕 대학의 알베르토 바이신 경제학 교수는 세법을 교묘히 빠져나가도록 방치해선 안 되지만 세금 부담이 높다면 개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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