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교체 내홍으로 수익 급락…업계 1위 위협
-롯데·길진 등 후발주자 맹추격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와인수입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양을 업계 1위로 성장시킨 전(前) 대표를 축출하고 그 과정에서 핵심인력들이 줄줄이 빠져나가는 내홍을 겪으며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은 오히려 줄고 있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또 최근에는 롯데가 와인사업을 통합하고 후발업체들이 급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등 와인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과연 금양이 내년에도 '와인업계 1위'라는 간판을 지킬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양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매출 512억원, 영업이익 22억원의 기록해 각각 전년 506억원, 15억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2009년 6억7500만원의 흑자에서 지난해 4억3000만원의 손실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금양의 실적 부진이 현 대표이사인 박재범 사장(34)이 금양의 실질적 창립자인 김양한 전 사장(60)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내홍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태 재무팀 출신인 김 전 대표는 해태 자회사였던 금양을 독립시켜 20년 가까이 최고경영자로 일해오며 업계 1위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특히 그는 프랑스 와인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권위의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 등 3대 명예 훈장에 샤블리 기사 작위까지 모두 받은 와인업계의 유일한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당시 부사장이었던 박 대표가 긴급 이사회를 개최, 표 대결 끝에 승리하며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게 됐다. 박 대표는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그러나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김 전 대표의 공로를 인정하기는 커녕, 그를 사무실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부하직원들이 있는 앞에서 면박까지 주는 일도 있었다.
또 박 대표는 자신의 친인척은 물론, 측근 등 업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을 핵심 요직에 올리며 기존 인력을 배척하고 자신의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에 기존 임원은 물론, 직원들마저 염증을 느끼며 20~30명의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 10월 김 전 대표가 업계 5위의 와인수입사 길진인터내셔날의 공동 대표로 취임하면서 금양의 핵심 인물들이 이곳으로 옮기기도 했다. 길진의 또 다른 공동 대표인 이용관 대표도 금양 출신으로 현재 한국주류수입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금양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길진이 무서운 도전자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또 금양은 최근 또 다른 두려운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 바로 롯데그룹의 주류사업 부문인 롯데주류가 와인사업 부문을 통합하며 금양을 위협하고 있는 것.
지난 16일 롯데아시히주류로부터 와인사업부문을 양수한 롯데주류는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규모 479억원을 올렸고 마주앙, 카르멘, 엘로우테일 등 700여 개가 넘는 브랜드를 가진 대형 와인회사로 새롭게 탄생하게 됐다.
이에 따라 금양은 그동안 줄기차게 내세웠던 '업계 1위'라는 간판을 내년에는 내려야할 지도 모를 위험에 처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금양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던 김 전 대표의 갑작스런 교체로 인해 파장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롯데주류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는 점이 금양에게는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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