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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격인상 철회…정부의 과도한 기업 '팔 비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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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정부가) 언제까지 기업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이 상태로 가다가는 모두가 공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지도 모릅니다."(식품업계 고위 관계자)


또 식음료업체의 가격 인상이 철회됐다. 올 들어서만 벌써 4번째 벌어진 일이다. 국제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누적된 손실이 더 이상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압력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식품업계는 현재 '가격인상 지뢰'에 한 발을 밟고 있는 형국이다. 발을 떼게 되면 한순간에 가격 인상의 봇물이 터질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정부의 짓누르기를 견딜지 초읽기만 할 뿐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다가올 '풍선효과'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만 떠넘겨질 공산이 크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22일 두부와 콩나물 등 10여개 품목, 153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지 불과 7시간 만에 인상을 철회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극심한 원재료 비용 상승 등에 따른 원가 부담 요인이 누적돼 10개 품목에 대해 7% 정도 가격 인상을 한다고 발표했으나, 서민경제 부담을 완화하고 설 물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자체적인 결정'임을 강조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최근 물가잡기에 나서고 있는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특별 물가관리를 지시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이에 앞서 오비맥주도 이달 카스, OB, 골든라거, 카프리 등 맥주제품의 가격인상을 결정했다가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인상 시점인 11일 당일 오전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가격인상 보류하기로 발표한 것. 국세청 고위관계자가 이호림 오비맥주 사장을 만나 정중하게 가격 인상 철회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레쓰비 등 제품 20종의 가격을 인상했다가 10일 만에 철회했다. 먼저 20종 가운데 매출액의 80%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 제품 5종의 가격을 내린 후 이어 나머지 인상한 제품도 모두 원래대로 환원했다. 이번 인하 결정은 이재혁 롯데칠성 대표가 지식경제부로부터 호출을 받고 과천정부청사를 다녀온 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에는 서울우유가 업소용 우유 납품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가 반나절 만에 이를 전면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서울우유 측은 "실무부서의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직후 인상안이 철회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기업 '팔 비틀기'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지식경제부까지 물가와 관련 있는 부처를 총동원해 전방위적으로 '물가와의 전쟁'을 벌여 왔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가격 통제는 결국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올해만 넘기면 괜찮겠지'라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대책으로는 결국 내년 일제 가격인상이라는 후폭풍을 낳게 돼 궁극적으론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정부 물가 잡기가 당장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정책의 신뢰성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경제의 논리에서는 내리 누를수록 그 반발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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