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실적부진 비리CEO 수시인사..현대차, '2인자론' 부상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 최일권 기자]삼성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묘한 교집합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삼성과 현대차는 자신만의 인사 스타일을 유지하며 글로벌 톱 기업에 등극했지만 확실한 1등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상호 벤치마킹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기류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의 '수시 인사'와 현대차의 '2인자 재부상' 조짐이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고서는 최고경영자(CEO)급의 자리 변동은 연말연시 정기 인사를 통해 단행한다. 현대차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1990년 '형제의 난'으로 발생한 패착이 바로 최측근들의 분란 때문이었다고 판단하면서 정 회장의 복심을 읽을 수 있는 인사를 사실상 두지 않아 왔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올해 CEO급은 물론 고위급 임원에 대한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신상필벌' 원칙에 맞춰 실적이 비정상적으로 부진하거나 비리가 발견된 경우 가차 없이 CEO를 교체한 것이다. 삼성테크윈의 부정에 따른 CEO 교체, LCD사업부의 실적 부진에 따른 사업부서 재편 및 LCD사업부장(사장)의 후선 배치 등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차에서는 서서히 '2인자론'이 부상하고 있다.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암암리에 인정하는 인물이 있다는 얘기다.
정몽구 회장은 그동안 2인자에 대해 철저히 부정적이었다. 과거 현대그룹이 가신으로 휘청거린 탓이 컸고 정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박정인 전 현대모비스 회장, 김동진 전 현대차 부회장 등이 회사를 떠난 2009년이 변곡점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을 연구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현대차에서는 그룹 외형이 급팽창하면서 삼성처럼 2인자를 통한 '책사 경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톱 그룹들이 서로 장점을 배워가며 신선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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