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특별방송 前 전쟁관련株에 발빠른 투자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19일 오전. 북미간 대화가 급물살을 탔다는 소식에 대북 송전주가 동반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남북 경협주들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관련주로 분류되는 스페코 역시 꾸준히 오르더니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통상 남북경협주와 반대 움직임을 보이던 전쟁관련주의 동반급등세는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의 기대감이 남북관계 개선에 쏠려 있을 때 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은 반대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베팅을 한 것이다.
북한이 정오에 특별방송을 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것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이 때만해도 스페코 주가는 소폭 오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오를 15분 앞둔 오전 11시45분, 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 중앙방송의 정오 특별방송은 김일성 사망 이후 처음'이라는 것. 전쟁관련주 스페코 주가는 10% 이상 뛰어 올랐다. 이후 잠시 조정을 받던 스페코는 김정일 사망 발표와 함께 상한가로 직행했다. 김정일 사망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증시 전반이 급락세로 돌아섰지만 방산주 등 전쟁관련주들에겐 언제나처럼 초대형 호재(?)였다.
투자자 A씨는 급락장에서도 돈을 번 극소수 투자자 중 한명이다. 김정일 사망 보도가 나오기 10여분 전, 급등세를 타기 시작한 스페코에 편승한 것이다. A씨는 "투자란게 일정부분 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지금껏 김일성 사망때밖에 없었다는 정오 특별방송 소식에 적어도 그에 준하는 큰 뉴스라고 생각해 베팅했다"고 말했다.
장초반 대형주를 저가매수했다가 급락하는 바람에 손실폭이 꽤 컸던 큰 손 투자자 B씨도 전쟁주 덕에 대형주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다. B씨 역시 "김일성 사망 이후 가장 큰 뉴스라는 분석에 따라 발빠른 결정을 한 덕에 급락장에서도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주들이 급등하는 와중에서 과감히 전쟁관련주로 옮겨타는 것이나, 손실난 대형주를 '손절매'하고 급등중인 전쟁관련주를 순식간에 추격매수한다는 것은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이 상황은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나가는 정오 무렵에 집중돼 일어났다.
수십억원대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B씨는 "투자란게 순간의 판단으로 몇천만원, 몇억원이 오가는 상황이다 보니 이른바 '고수'라고 불리는 투자자들은 장중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며 "김정일 사망과 같은 빅 이벤트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없는 투자자라면 우량주 장기 투자라는 정석 외에는 고개를 돌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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