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 "유틸리티·음식료 등 유망"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자산가치(과거), 수익가치(현재), 성장가치(미래)가 가치평가의 3대 요소인데, 성장이 둔화되는 국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막연한 가치보다는 눈에 보이는 기회에 주목하게 됩니다.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수익가치인 유틸리티나 음식료주, 자산가치인 지주회사 등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변동성이 높은 장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사진)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역설했다. 예의 흔들림없는 평온한 얼굴로 기자를 맞은 이 부사장은 내년 주식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가치투자 전도사' 다운 답변을 내놨다. "거시경제 변수를 보지 않고 오직 개별기업 가치에 집중한다"는 이 부사장은 내년 키워드로 '저성장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꺼냈다.
8월 급락장 이후 코스피가 박스권을 좀체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한국밸류운용은 올 한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15일 기준 이 운용사의 연초이후 수익률은 -1.58%(제로인 집계)로 순자산 200억원 이상 운용사 45개 가운데 5번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9.42%를 크게 웃돌면서 탁월한 방어능력을 과시했다.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를 하다보니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극과극을 달린다(웃음)"며 "지난달 코스피가 1800이 깨졌을 때 국내 대형 IT주를 대거 편입하면서 운좋게 수익률이 확 올라갔다"고 말했다.
특이할 만한 점은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삼성전자를 10년만에 포트폴리오에 대거 편입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펀드매니저에게 삼성전자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반드시 보유해야 할 종목)'이 된지 오래지만 가치투자자인 이 부사장은 그동안 삼성전자를 줄곧 외면해왔다. 모든 투자자의 관심 대상인 삼성전자는 절대 저평가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삼성전자의 내재가치를 계산할 능력도 미래의 수익을 예측할 능력도 없다는 게 과거 이 부사장 생각이었다. 그런 이 부사장이 삼성전자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그는 "그간 공대 출신을 영입하고 IT종목의 인프라, 기술적 평가 등 분석 역량을 강화해왔다"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모바일 부문에서 절대적인 경쟁력을 갖춘 데다 신성장동력인 시스템반도체, 아몰레드(AMOLED) 등의 성장이 가시화되면 더욱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사장은 "성장둔화기에 경기순환주는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환경, 에너지, 식량, 바이오 기업 가운데 이익을 내는 기업이 신성장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에게나 완벽한 주식은 없다"며 "주가가 빠질 때 실망하지 않고 자신의 투자성향과 자금의 목적 등을 철저히 따져 중심을 지킨다면 반드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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