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Golf is a game of confidence.'
골프는 자신감으로 하는 게임이다. 미국 최고의 스포츠 심리학자로 불리는 밥 로텔라 박사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골프는 결국 '마음'의 게임이기 때문에 자신을 믿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의 투자 초기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밥 로텔라 박사의 골프 접근법을 투자에 그대로 적용한 인물이다. 1926년 투자 기구를 설립해 1956년까지 운영한 그레이엄은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매수, 매도 결정을 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했다. 투기를 하는 사람은 시장의 가격 변동을 예측하고 이익을 내는 데 주된 관심이 있지만, 투자를 하는 사람은 철저한 분석에 근거해 원금의 안전과 만족스러운 수익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이 독특한 접근법에서 투자의 핵심은 '마음'과 '태도'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금융투자 분야 베스트셀러 저자인 글렌 아널드 샐포드 대학교 교수와 월스트리트에서 25년 넘게 투자 회사를 다닌 스티븐 바이스 리링크스완 주식 부문 총책임자가 그레이엄과 버핏, 피터 린치, 존 네프, 필립 피셔 등 투자 거장들과 커크 커코리안, 데이비드 본더만, 크리스토퍼 데이비스 등 유명 외국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사례를 직접 분석해 '주식의 한 수'를 가르쳐주려 나섰다. 이들에겐 '기업에 대한 사실 자료를 철저하게 조사해 판단한다', '차트를 분석해 예측하지 않는다', '단기전은 피한다' 등과 같은 공통된 투자 원칙이 있었다.
◆버핏 스승 그레이엄 "철저하게 분석하고 안전 마진 지켜라"=1926년 1월 '벤저민 그레이엄 조인트 어카운트(Benjamin Graham Joint Account)'를 설립한 그레이엄은 대공황을 겪으면서 펀드 운용금 250만달러 가운데 70%를 손해봤다. 그레이엄의 투자 철학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시장의 판단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립적인 판단을 하려면 해당 기업의 자산, 이익, 배당, 명확한 전망 등 사실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게 그레이엄의 첫 번째 투자 원칙이다.
그레이엄의 두 번째 원칙은 일종의 보험인 안전 마진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투자 대상이 만들어 낼 가치가 지불한 돈 보다 훨씬 커야 한다는 안전 마진 원칙은 의견이 아니라 구체적인 통계 자료에 근거해야 한다고 했다. 안전 마진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판단력을 함께 써야 한다는 게 그레이엄의 조언이다.
◆투자 거장 버핏 "주식 아닌 기업 분석하고 인내하라"=1957년 펀드 운용 사업을 시작한 버핏은 첫 해부터 1968년까지 12년 동안 연평균 복리수익률 31.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우 연평균 복리수익률은 9.1%였다. 버핏을 투자의 거장이자 주식 투자로 포브스 억만장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사람으로 만든 건 그의 확실한 투자 원칙이었다.
버핏은 투자를 할 때 '주식이 아닌 기업을 분석한다', '기업 전부를 매수한다고 상상하라'는 투자 원칙을 반드시 지켰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기업 전부를 사들이는 것처럼 접근하게 되면 시장 분석가 대신 기업 분석가의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버핏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투자를 하기 전 자신이 좋아하는 스테이크집에 가서 아멕스 카드 하루 사용 고객 수를 직접 세어봤으며, 디즈니 투자를 고려하고 있을 때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만화 영화를 보기도 했다.
버핏은 투자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론 그레이엄과 똑같이 '차트나 기술적 분석을 이용한다', '단기 전망에 따른 선택을 연구한다' 등을 꼽았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려고 하기 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장기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데이비스 "모르는 대상은 투자 하지 마라"=6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데이비스 셀렉티드 어드바이저스(Davis Selected Advisers)'는 '지루한 것이 아름답다'는 투자 철학을 가진 가족 경영 투자 자문회사다. 이 회사 회장인 크리스토퍼 데이비스는 자신이 가업에 뛰어들기 전부터 20년 동안이나 투자를 해 온 AIG가 보험사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AIG 중심 투자를 하다가 회사 전체 수익의 6%를 깎아 먹었다.
데이비스의 실수는 항공기 임대 회사를 인수하는 등 너무 거대하고 복잡해서 도저히 분석할 수 없었던 AIG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대상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회사 평판과 과거 실적, 자신의 직관에 의존해서만 투자를 한 데 따른 실패였다. 그레이엄과 버핏, 크리스토퍼 데이비스 외에 더 많은 투자 거장들의 철학을 엿보고 싶다면 '가치투자의 거장들'과 '주신의 한 수'를 권한다. 그들의 주식 투자 성공, 실패 사례가 빼곡히 담겨 있다.
가치투자의 거장들/ 글렌 아널드 지음/ 이광희 옮김/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만8000원
주신의 한 수/ 스티븐 바이스 지음/ 최은정 옮김/ 비전코리아/ 1만8500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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