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인천시의회, "통행량 과대 예측‥내년 민자터널 보조금 예산 80% 삭감"...사업자들 "우린 법대로 했을 뿐" 소송 불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천의 대표적 '혈세 먹는 하마'로 꼽히는 민자 터널을 둘러 싸고 인천시-사업자 간에 소송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인천시의회가 "민자사업자한테 사실상 사기를 당한 꼴"이라며 보조금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사업자들은 "법대로 했을 뿐"이라며 소송을 벌이겠다는 태세다.
이와 관련 인천 지역엔 2002년부터 건설된 3개의 민자 터널이 있다. 인천 남구~송도간 문학터널(군인공제회), 서구 석남동~부평간 원적산터널(교원공제회), 남동구 구월동~부평간 만월산터널(농협중앙회) 등이다. 모두 민간사업자가 제안해 건설하고 소유권은 정부ㆍ지자체로 넘기되 일정기간 운영해 수입을 얻는 BTO(수익형민간투자)사업이었다. 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이 적용됐다. 통행료 수입이 기준(예측 통행료 수입의 90%)에 못 미칠 경우 그만큼을 시가 사업자에게 지원해주는 식이었다.
문제는 3개 터널이 건설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건설 당시 예측한 통행량에 비해 실제 통행량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문학터널의 하루 통행량은 2만6862대로, 예측 통행량 5만210대의 52.19%에 불과하다. 원적산터널이 가장 적은 데 하루 통행량 8885대로 예측 통행량 3만2483대의 27.23%에 그쳤다. 만월산터널도 하루 1만7031대가 이용해 예측통행량 4만8294대의 34.93%에 불과하다.
시는 이로 인해 사업자들에게 해마다 150억~200억 원 안팎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매년 평균 문학터널에 54억3500만원, 원적산터널에 52억9800만원, 만월산터널에 65억6700만원이 들어갔다.
엉터리 용역을 근거로 은행 돈을 빌리고 공무원들의 허락을 받아 터널을 지은 사업자들은 앉아서 매년 거액의 이윤을 챙겼다. 시 공무원들도 그동안 '혈세 먹는 하마'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건설 당시 체결된 협약과 법 규정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변명을 늘어 놓았을 뿐 바로잡을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이러자 시의회가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목소리만 높였을 뿐 "대안이 없다"는 공무원들의 말에 속수무책이었던 시의회는 최근 내년 예산에서 문학ㆍ원적산 터널 보조금 지급 예산의 80%를 삭감해 버렸다. 지난해 시와 협의해 최소운영수입보장 기준을 예측 통행량의 90%에서 73.9%로 낮춘 만월산터널만 제외했다. 문학ㆍ원적산터널사업자들도 최소운영수입보장 기준을 73.9%로 낮추라는 압박을 가한 셈이다.
시의회는 "사업자들이 제시한 예측 통행량이 터널 건설 허용과 보조금 지급의 기준이 됐는데 알고보니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며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시의회는 또 2009년 정부기관인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가 최소운영수입보장 기준을 73.9%로 낮추라고 권고한 것을 아예 강제 규정화하도록 정부에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사업자들은 시의회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보조금 지급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시가 관련 법과 터널 건설 협약에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협약에는 사업자가 보전금을 요청할 경우 90일 내에 시가 보전금을 지급토록 규정돼 있다.
한편 최근 마창대교와 거가대교를 BTO-MRG 방식으로 건설한 경상남도도 통행량 부족으로 민간사업자들에게 총 3조860억원 보전해야 될 상황에 처해 있다. 경남도의 한해 가용재원이 3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 7월부터 마창ㆍ거가대교에 대한 감사를 통해 통행료-통행량 탄력성 분석을 실시 중이다. 감사원의 결과에 따라 1월 중 통행료가 조정될 전망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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