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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외모 콤플렉스 부추기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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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외모 콤플렉스 부추기는 사회 최미숙 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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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의 소설 '상록수'를 읽다 보면, 주인공 채영신이 박동혁을 그리워하면서 떠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 구릿빛 같은 얼굴… 황소처럼 건장한 체격… 거기다 조금도 꾸밀 줄 모르면서도 혀끝으로 불길을 뿜어내는 듯한 열변…."


1930년대의 이상적 남성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만일 요즘이라면 어떤 내용이 필요할까. 아마도 '흰 피부, 조각 같은 얼굴, 잘 다져진 초콜릿 복근의 몸매' 등의 표현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여성이라면 당연히 S-라인의 몸매, 큰 쌍꺼풀 눈에 작고 갸름한 턱 등의 표현이 필요할 것이다.

어느 시대이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얼굴 모습이나 체격이 있기 마련이다. 동양과 서양의 미인이 다르고 옛날과 현대에도 미의 기준으로 여기는 신체적인 모습이 달랐다. 그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렇듯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미의 기준이 이제는 왜곡된 열망을 부추기는 상업적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연예인의 성형수술 전후 사진이 심심치 않게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 공개된 연예인들의 양악 수술 전후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성형수술을 통한 변화를 실증을 통해 확인하면서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의 마음은 설렐 것이다. '나도 수술을 하면 저렇게 예뻐질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최근 미용 성형의 화두는 단연 작고 갸름한 V자 얼굴을 만들어주는 양악수술이다. 목숨을 건 수술이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성형외과 의사들의 충고보다 'before/after'에 나오는 사진 몇 장, 그리고 양악 수술을 감행한 연예인의 변화는 양악 수술 신드롬조차 만들어내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연예인들은 성형 사실을 숨기기 위해 급급했지만, 이제는 성형 사실을 스스로 밝히거나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 미용 성형은 '자신감 회복, 외모 경쟁력, 쿨 성형, 미래를 위한 초기 투자' 등의 용어와 함께 현대인의 자기 관리 요소로 확실하게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각종 매체가 부추기는 콤플렉스가 존재하고 있다. 콤플렉스는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별하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도 '나쁜' 혹은 '부정해야 할 것'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면 우리 뇌는 그것을 콤플렉스로 받아들인다. 미용 성형 관련 산업은 탈모 콤플렉스, 작은 키 콤플렉스, 작은 가슴 콤플렉스, 사각 턱 콤플렉스, 일자형 몸매 콤플렉스 등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면서 새로운 미용 성형 상품을 개발하는 중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건강한 신체, 충분히 아름다운 외모도 쉽게 콤플렉스로 둔갑해 버리며, 이 콤플렉스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무능한 인간으로 합류시켜 버린다.


사실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다듬는 것 자체는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가꾸고 다듬어야 할 우선 순위에 대한 의식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에너지와 열정을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엉뚱한 곳에 쏟아붓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행위가 상식과 이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상업적 논거, 조작된 이미지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콤플렉스와 함께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미용 성형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인가. 미래를 준비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삶 대신에 외적인 가치만 좇는 인간을 양산할 뿐이다. 몸이란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열망이 아니라 우리가 깃들어 사는 장소'라고 일갈한 영국의 정신분석 심리치료가인 수지 오바크의 조언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최미숙 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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