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 조광래가 후배에게 전하는 충고의 의미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보다 강단 있게 기술위원회를 운영해 주기 바란다.”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간 조광래 감독이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뼈있는 충고를 남겼다.

조광래 감독은 9일 서울 역삼동 노보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작스런 경질로 대표팀을 떠나게 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축구협회로부터 갑작스런 경질 통보를 받고 스스로도 황망한 심정이었다”며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밀알이 되는 심정으로 노력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이틀 전 황보관 기술위원장과 만나 경질 사실을 통보받은 조 감독은 언론을 통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술위원회의도 없이 자신의 해임을 결정한 축구협회의 졸속 행정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날 조광래 감독은 정공법을 택하지 않았다. 서운한 감정은 드러냈지만 누구에게도 원망의 화살을 겨누지 않았다. 대신 후배 황보관 기술위원장을 향한 충고를 통해 경질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조광래 감독은 “기술위원회는 대표팀 감독의 선임이나 해임에만 관여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가와 대표팀을 위한 기술적인 조언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축구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곳이다. 외부의 간섭이나 정치적인 판단을 떠나 자율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이어 “이번 결정에서 기술위원회가 얼마나 독자적인 판단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앞으로도 기술위원회가 축구협회 고위층이나 최고의 영향력 있는 집단의 행동에 휘둘리는 존재가 된다면 한국축구의 미래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담담하게 심정을 전하던 조광래 감독이 이날 가장 힘주어 강조한 대목이었다. 조 감독은 이와 관련해 “섭섭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국가대표로 10년 이상 몸담으며 당시에고 느꼈고 지금도 느끼는 점을 말한 것이다”며 확대 해석을 자제했다. 이어 “기술파트는 다른 힘 있는 사람에게 휘둘리지 말고 신념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나도 황보관 위원장을 추천했다. 자신의 신념대로 했으면 좋겠다.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다음은 조광래 감독의 기자회견 일부

대표팀 감독을 떠나면서 사랑하는 후배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고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축구에서 기술파트는 너무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대표팀 감독의 선임과 해임에만 관여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대표팀을 위한 기술적인 조언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축구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외부의 간섭이나 정치적인 판단을 떠나 자율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번 대표팀 감독 경질 결정에 있어서 기술위원회가 얼마나 독자적인 판단을 했는지는 솔직히 조금 의문입니다. 비단 저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술위원회가 축구협회 고위층이나 최고의 영향력 있는 집단의 행동에 휘둘리는 존재가 된다면 한국축구의 미래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앞으로는 보다 강단 있게 독립적으로 기술위원회를 운영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