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트렌드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한 가운데 패션 업계에서도 소리 없이 사회적 책임을 이어가는 ‘착한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모습도 각양각색.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재단을 설립하는가 하면, 환경을 위해 생산 공정을 바꾸기도 하고, 소비자들의 참여와 함께 나눔을 완성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역사가 깊은 글로벌 브랜드는 대다수 그 확고한 정체성만큼이나 높은 사회적 책임감을 지닌다. 소비자들의 사랑을 통해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만큼 그 공로 또한 사회에 돌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158년 동안 가장 많은 청바지를 판매해 온 글로벌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Levi’s®)와 100년 역사의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New Balance)’가 그 대표적인 기업이다.
리바이스는 브랜드 창립자의 개척정신과 용기를 본받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가장 먼저 앞장서고자 리바이 스트라우스 재단(Levi Strauss Foundation)을 설립했다. 1952년부터 60년 간 40여 개국에서 진행된 리바이 스트라우스 재단의 사업은 에이즈에 대한 인식 변화, 저소득층의 자산 구축, 노동자 권익 증진, 그리고 정의 구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 태평양 에이즈 대회에 참여해 에이즈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으며, 패션 산업 종사자들이 보다 건강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패션 기업 문화에 변혁을 촉구하는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뉴발란스는 1981년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의미에서 뉴발란스 재단(New Balance Foundation)을 창설했다. 장애가 있거나 발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발 건강과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첫 신발을 만들었듯이 뉴발란스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취지가 담긴 설립이었다.
뉴발란스 재단은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아비만 어린이들이 다시금 신체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육상 꿈나무들의 꿈과 재능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국내외 프로젝트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근로자의 건강, 환경을 위해 제작 공정을 바꾼다
제품 제작 과정에서부터 환경과 사회를 고려하겠다는 패션사들의 움직임도 눈의 띈다.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 도움의 손길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기업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부분부터 개선해 나아갈 때 비로소 패션 산업의 사회적 책임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고려해 작업 공정을 바꾼 H&M과 피플트리가 그 대표 사례다.
H&M은 리바이스와 함께 작업 전 공정에서의 샌드블래스팅 금지를 선언했다. 샌드블래스팅은 청바지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가공법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데님의 스타일과 착용감을 살려주지만 작업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H&M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공정을 도입,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건강과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안녕을 지킬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패션의 길을 열었다. 이를 통해 H&M은 그 동안 패스트 패션을 대표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았던 것에서 벗어나 ‘착한 기업’이라는 새로운 이미지까지 만들 수 있었다.
대표적인 착한 패션기업 피플트리는 공정무역거래와 천연 소재를 사용한 제품 생산으로 저소득 국가의 인권보호와 환경보호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피플트리의 제품은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지에서 100% 유기농 면과 천연 염색을 통해 수공예로 만들어진다.
친환경 원료와 가공법을 사용해 지속 가능한 패션의 모범을 보일 뿐 아니라 작업을 진행한 작업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저소득 국가의 근로자들에게도 희망과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피플트리를 설립한 사피아 미니는 영국 황실로부터 대영제국 멤버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이익을 나누어 소비자와 함께 실천하는 기업
소비자들의 참여와 함께 완성되는 착한 기업 활동도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공익 증진을 목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소비자들이 이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때는 기업의 보여주기식 캠페인으로 많이 노출되었으나, 최근에는 상업적인 마케팅 수단을 넘어서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탐스슈즈의 ‘일대일 기부’와 유니클로의 ‘유니클로 리사이클(Uniqlo Recycle)’이 대표적이다.
탐스슈즈는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다른 한 켤레의 신발이 제3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되는 ‘일대일 기부 방식’으로 유명하다. 설립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중 신발 한 켤레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방치된 어린이들을 보게 된다. 그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브랜드가 탐스슈즈인 것.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는 슬로건 아래 탐스슈즈는 허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고, 2006년 브랜드 론칭 이후 현재까지도 꾸준히 관심을 모으며 수많은 소비자들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유니클로 또한 소비자들이 만들어가는 사회공헌 캠페인 ‘유니클로 리사이클’로 소비자들이 참여한 나눔을 이끌고 있다. 입지 않는 유니클로 옷을 매장에 기증하면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세계 각지의 난민과 강제 이주민들에게 해당 제품이 전해진다. 옷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환경오염도 줄이고, 옷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의 프로젝트다. 유니클로 리사이클은 빠르게 생산되고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옷의 가치에 주목하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의 기부 활동과는 차별화를 지닌다.
박지선 기자 sun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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