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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 박찬일 '마음에 대한 보고서8'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8초

나는 가끔, 내 그것을 물려는 느낌을 받는다 뼈가 유연하면 몸을 둥글게 굽혀 그것을 물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살 수 있었을 텐데 여자 앞에서 주눅 안 들었을 텐데 생각한다 여자를 남자처럼 그러니까 여자를 인간처럼 남자를 인간처럼 대했다면 대했다면 온전한 인생을 살았을 텐데 온전한 인생을 살길 원했는데 생각한다 여자도 그랬을 텐데 생각한다


박찬일 '마음에 대한 보고서8'

[아, 저詩] 박찬일 '마음에 대한 보고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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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온 마음이 드러나는 투명한 옷을 입고 걷는 사람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그 안에 무엇인가가 자꾸 들썩거려 결국 뱉고마는 고백의 저주을 앓는 사람일까. 자기 그것을 물고 싶은 시인의 욕망은, 자가 생식과 무성 생식이 되던 시절의 안정감과 완전함을 기억해낸 것이 아닐까. 혼자서 가장 저열하고 가장 숨막히고 가장 어쩔 수 없는 이 영원한 발기를 완전하게 감쌀 수 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들여다 보며, 나는 문득 태극마크의 그 형상을 생각한다. 꼬리를 물고 있는 입, 입을 물고 있는 꼬리. 결국 뱅뱅 도는 욕망의 순환. 내뻗는 마음이 결국 원형의 운동으로 나아가는, 저 원리 속에 둘이 원래 한몸이었던 절절한 사랑이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이상국 기자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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