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 저詩]문충성 '마지막 눈이 내릴 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8초

첫눈이 내릴 때 연인들은 / 만날 약속한다 공원에서 / 카페에서 서점에서 뮤직홀에서 / 인생은 연극이니 극장 앞에서 / 만나 연애를 하고 더러는 / 헤어지고 가볍게 그래 / 마지막 눈이 내릴 때 /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 허연 머리칼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 눈송이 / 눈송이는 떨어질까 / 차가운 손 마주 잡고 눈물 글썽이며 /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말없이 / 눈 내리는 공동묘지 근처 / 아니면 인생은 연극이니 극장 앞에서 / 아니면 이젠 없어진 뮤직홀에 앉아 / 나직이 드뷔시나 들으며 / 마지막 눈 소리나 들으며


■ 첫눈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눈이지만 마지막 눈은 쉽게 단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 저詩]문충성 '마지막 눈이 내릴 때'
AD

마지막 눈이 내리고 난 이튿날 다시 눈이 오면 마지막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첫눈에 대한 풋나기 연인들의 설렘을 보면서, 그것을 실버용으로 패러디한다. 허연 머리칼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 눈송이, 차가운 손 마주 잡고, 눈 내리는 공동묘지 근처와 이젠 없어진 뮤직홀까지 따라가면 음산하기까지 하다. 마지막 눈이란, 계절의 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랑 위에 떨어지는 눈으로 변주된다. 인생의 눈 내리는 쓸쓸한 날, 진짜 사랑이 필요할 때는 이때가 아닌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