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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이찬 '공기의 꿈'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9초

저 부유하는 무허가의 땅 / 공중을 출렁이는 마음의 눈들 / 웃음 주고받긴 켜켜이 쌓인 먼지 / 구름 / 먹구름 / 먹장구름 / 그 / 운명적 사랑으로 / 비를 만들고 싶다 / 눈을 낳고 싶다

[아, 저詩]이찬 '공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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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 '공기의 꿈'


■ 사랑이 부끄러운 건, 나의 정체를 배반하기 때문이다. 사랑이 가끔 두렵고, 사랑이 가끔 불온하고 사랑이 위험하고 삶을 파괴하기도 하는 것은, 그것이 뜻대로 잘 관리되지 않으며, 쉽사리 길들여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참 잘못 되어진 것, 잘못 되어졌다고 생각했던 것이, 생명을 이루고 우주를 이루고 답답한 인생의 국면을 바꾼다. 한번 볼까. 공기는 그저 부유하는 존재일 뿐이다. 먼지 몇 알과 함께 무허가의 허공에 그냥 어정쩡 떠도는 노숙자일 뿐이다. 하지만, 그 공기가 만나 구름을 몰면 상황이 달라진다. 처음은 그저 새털같이 가벼운 사랑이었다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몽환같은 사랑이었다가 슬금슬금 몸이 붙어가는 잿빛구름이었다가, 마침내 먹장구름이 되면 그땐 달라진다. 사랑은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되고, 미친 비바람이 되고, 세상을 휩쓰는 운명이 된다. 그 운명적 사랑으로 비를 만들고 싶은 것, 눈을 낳고 싶은 것, 그게 운우지정(雲雨之情)이 아니랴. 당신과 나, 공기 한톨끼리의 내통.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이상국 기자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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