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표기상의 오류다. 스마트폰 사용자 개인정보 수집하거나 활용하지 않는다"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전자가 삼성답지 않은 '어이없는' 실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갤럭시S' 등 자사 스마트폰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도 않으면서 이에 대한 접근 권한이 있다고 공지해 소비자들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내부적으로도 이 문제로 회사 전체가 비상에 걸리는 등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 노트' 등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서 '거울' 등의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이하 앱)을 설치할 때 삼성전자가 사용자의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표기상의 오류일 뿐 실제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사용자가 자사 스마트폰에서 일부 앱을 설치할 때 삼성전자측에서 연락처 데이터·캘린더 일정 등의 개인정보, 자세한 GPS 위치, SMS 또는 MMS 등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해당 앱을 설치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사용자의 연락처, 위치, 문자메시지 등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삼성전자는 실수일 뿐이라며 서둘러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면 앱 속에 이를 가능케 하는 코드가 들어 있어야 하는데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앱에는 이 같은 코드가 전혀 들어있지 않다"며 "일부 응용프로그램 환경설정에서 삼성전자가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체크돼 있는 것은 단순한 표기상의 오류이며 실제로 동작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실제로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도 없고 수집하지도 않았으면서 단순 표기상의 오류라는 초보적인 실수로 진땀을 뺀 것이다.
보통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할 때는 해당 앱을 설치할 때 일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공지한다. 그러나 접근 가능한 정보가 앱마다 크게 다르지 않고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앱을 개발한 뒤 공지 문구 작성 과정에서 '복사하기', '붙여넣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앱을 개발할 때 연락처, 위치, 문자메시지 같은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공지한 개발자가 곧바로 B라는 앱의 개발 작업에 들어갈 경우 제조사의 접근 권한이 있는 사항에 대해 언급할 때 일일이 새로 쓰지 않고 복사하기와 붙여넣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서 작업을 할 때 복사하기, 붙여넣기를 이용하듯 개발자들도 반복되는 작업에서 이 같은 기능을 이용하는 셈이다.
논란이 된 삼성전자의 거울 앱 문제도 이 같은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개발상의 단순 실수로 방통위까지 조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치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관련 현항에 대한 설명과 조치 사항에 대해서는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제조사라는 삼성전자가 삼성답지 않은 어이없는 실수로 사용자의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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