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어제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앞선 인터뷰에서 내년 투자와 관련해 "보통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말했다. 세계경제가 어려우니 더 긴장해야 하고, 유럽연합(EU)ㆍ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불안하니 더 신경 써야겠다고 덧붙였다. 대외환경이 어렵다고 움츠러들지 않고 공격적인 경영을 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위기 때 기회를 찾는' 삼성식 성장 패턴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올해 시설투자 29조9000억원, 연구개발(R&D) 투자 12조1000억원 등 총 43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워 집행해 왔다. 그 결과 한때 밀렸던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을 앞섰고, 반도체 등 다른 분야에서도 경쟁사에 비해 괜찮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많은 기업이 현금을 확보해 놓은 채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기업예금이 286조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 새 100조원 넘게 불어났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현금을 비축하자는 뜻이겠지만 그만큼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의미다. 제조업 경영자들의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올 들어 한 번도 기준치 100을 넘지 못했다.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이야기다.
올해도 좋지 않았지만 내년 세계경제 전망은 더 어둡다. 그렇다고 움츠러들면 새로운 기회는커녕 이미 우리가 갖고 있던 시장마저 빼앗기게 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 신흥국이 생산과 수출뿐 아니라 소비와 수입에서도 선진국을 추월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개도국 시장이 세계 유통소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개도국의 소비지출 증가율이 선진국의 두 배에 이르리란 전망이다. 그 주역으로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아시아 국가를 꼽았다.
12월이다. 기업들이 한창 내년 사업계획을 짤 시점이다. 기업들은 위축된 기업가정신을 살리고 미래를 대비하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 적극 투자에 나서야 한다. 대외변수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은 정책 혼선에 따른 대내변수의 불확실성까지 증대시키지 않아야 한다. 정부로선 창업과 투자 관련 불필요한 규제를 찾아 없애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