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경제에 '신용등급 강등'의 먹구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한 국가 신용등급 추락의 불길이 금융과 기업 등 실물경제 쪽으로 옮겨붙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미국이 신용등급 강등의 수모를 겪은 것을 시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는 이달까지 14개 국가의 신용등급을 19차례에 걸쳐 끌어내렸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헝가리 등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 국가들은 물론 뉴질랜드, 이스라엘, 캄보디아, 슬로베니아, 이집트 등에 이르기까지 신용 추락에 대륙과 동서의 구별이 없다.
엊그제는 S&P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바클레이스, HSBC홀딩스 등 미국과 유럽의 내로라하는 15개 대형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스미모토 미쓰이, 미즈호 등 일본 금융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최근 3~4개월 사이에 벌어진 이 같은 신용등급의 집중적인 강등 사태는 예전에 볼 수 없던 현상이다. 그만큼 세계경제 전반의 신뢰가 떨어지고 경기 부진과 국가 재정위기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극복의 모범생으로 불리운 아시아 지역도 먹구름의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는 걱정으로 다가온다. 2008년 이후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보다 올라간 곳이 많았으나 올 들어 역전되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의 신용 강등도 이어지고 있다. S&P는 올 들어 SK텔레콤, LG전자, 포스코, 외환은행, 신세계 등의 신용등급 및 신용전망을 낮추었다. 올라간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글로벌 대형 은행의 무더기 신용 강등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 여건은 한층 악화될 것이며 이는 다시 금융과 환율의 불안, 국가 재정위기의 심화, 실물경제 위축 등으로 이어지리라는 경고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외풍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금융ㆍ외환시장의 빗장은 허술하다. 최근 들어 성장, 수출, 내수 등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내려앉는 추세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나아가 국가경제에 외풍을 견뎌낼 방파제를 높이 쌓고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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