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용할 때 남는 데이터 흔적
샅샅이 뒤져 삭제하며 고객 보호해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내가 10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농담이 갑자기 논란감으로 떠올랐다면? 누군가가 나의 온라인 검색 기록을 몰래 염탐해 다른 홈페이지에 노출했다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은 더이상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실존하는 '위협'이다. 당장 인터넷 사용 기록은 물론 SNS에 남긴 사소한 댓글이 정·재계, 연예계를 막론하고 논란의 불씨가 되는 세상이다. 나도 모르게 인터넷 세계 어딘가에 남긴 흔적, 즉 '온라인 발자국'을 지워주는 대행사가 부상하는 이유다.
내가 무심코 인터넷에 남긴 발자국들
'온라인 발자국'은 인터넷 이용자가 각종 SNS, 홈페이지 등에 남긴 접속 기록이다. 보통 사용자의 컴퓨터가 웹 서버에 접속하면 '쿠키'라는 이름의 작은 데이터 조각을 남긴다. 원래는 웹 접속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지만, 쿠키를 역추적해 이용자의 컴퓨터 사용 기록을 추적할 수도 있다. 내가 나도 모르게 인터넷 세상 이곳저곳에 남기는 흔적이 바로 '온라인 발자국'이다.
온라인 발자국은 우리가 인터넷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다. 오늘날 같은 초연결 사회에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 직접 남긴 글부터 사소한 접속 기록까지 사생활 침해의 창구가 될 수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최근 해외에선 온라인 발자국을 지워주는 전문 스타트업들이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쿠키를 실시간으로 제거하는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거나, 프로그램 만으론 지울 수 없는 온라인 발자국을 직접 삭제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고객의 존재를 인터넷 세상에서 '삭제'해 준다.
인터넷 세계의 필수로 자리 잡아가는 프라이버시 보호
대부분의 온라인 발자국 제거 스타트업들은 개인 정보 자동 제거 프로그램 제공 기업들이다. 이들이 만든 프로그램은 컴퓨터에 설치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돌아가며,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메시지나 데이터 흔적을 실시간으로 지워준다.
다만 모든 개인 정보가 프로그램만으로 삭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온라인 기업들은 이용자가 첫 '가입'했을 때 해당 이용자와 관련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며, 이 정보는 설령 이용자가 탈퇴했더라도 수년간 기업 데이터베이스 안에 보관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인터넷 세계 도처엔 '내가 모르는 디지털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다.
온라인 발자국 제거 전문가들은 이런 디지털 흔적을 일일이 찾아 제거하는 노하우를 갖췄다. 전문 디지털 브로커에 고객을 대신해 데이터 삭제를 요구하기도 하며, 혹은 다른 기업이 고객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려는 시도를 조기에 차단하기도 한다.
온라인 발자국 사업은 원래 개인을 대상으로 영업했으나, 최근에는 기업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가 단순 개인의 영업을 넘어 법인에 소속된 직원들을 위협할 만큼 시급한 문제로 대두했다는 뜻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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