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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역 1조 달러, 이젠 내실도 챙기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오늘은 제48회 '무역의 날'이다. 그러나 해마다 오늘 날짜에 열렸던 무역의 날 기념행사가 올해는 12월12일로 미뤄졌다. 정부가 '무역 1조달러' 돌파를 확인하고 나서 예년보다 성대하게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통관 기준 수출액은 4898억달러, 수입은 4644억달러로 무역액이 9542억달러에 이르렀다. 다음 달 5일 전후로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 확실하다. 드디어 올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 클럽에 들어가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흥국 중에서는 유일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무역의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는 셈이다.

모두가 자축하면서 국가적 자부심을 가져도 될 일이다. 1951년 1억달러를 넘어선 무역이 60년 만인 올해 그 1만배인 1조달러로 증가한 과정은 그대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역사다. 무역 1조달러는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서 이끌고 온 국민이 세대를 이어 피와 땀을 흘려가며 쌓아올린 금자탑이다. 그러나 마냥 축포만 쏠 일은 아니다. 무역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1조달러라는 외형에 걸맞은 내실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출의 고부가가치화가 대체로 2005년부터 제자리걸음이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를 보면 중국 1200여개, 미국 600여개, 일본 200여개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70여개에 불과하다.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에서는 2000년 이후 한 번도 무역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중간재와 자본재를 일본에 의존하다 보니 대일무역에서 거액의 적자를 내는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역이 중국, 유럽, 미국에 편중된 것도 문제다.

뿐만 아니라 수입가공형 수출의 비중이 여전히 높아 수출의 '성장 촉진, 소득 제고, 내수 확대' 효과가 제한적이다. 수출품 생산에 투입되는 수입 중간재의 비율이 37%로 미국(15%), 일본(17%), 중국(20%)보다 훨씬 높다. 이 때문에 대기업 위주로 전개되는 수출 증대의 과실이 국내 중소기업이나 내수산업으로 충분히 환류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무역 1조달러 돌파를 두고 '허울만 좋은 숫자 놀음'이니 '그들만의 잔치'니 하고 비아냥대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들려오는 이유다. 이제는 무역에서도 내실을 챙겨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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