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유럽향 가스관 모두 차단
헝가리·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반발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경유해 유럽으로 수출되던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운송을 전면차단하면서 동유럽 국가들과의 외교적 마찰이 커지고 있다.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대체 수입이 가능한 서유럽 국가들과 달리 대부분 내륙국가인 동유럽 국가들은 LNG선 접안시설 및 가스관 등 기본적인 인프라구축조차 어려운 상황이라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하락세로 접어들었던 유럽 가스가격이 다시 치솟기 시작하면서 러시아산 가스를 둘러싼 유럽연합(EU)의 동서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크라, 1일부터 러-유럽 가스관 전면차단…러 연간 9조 손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현지시간) 자국 영토를 경유해 유럽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운송하던 우렌고이 가스관을 전면 차단시켰다. 해당 가스관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가스 운송이 유지되고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과 체결했던 5년 사용계약이 2024년 12월31일부로 종료됐다며 운송을 차단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재정수입을 악화시켜 전쟁 지속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가스관 차단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실제 해당 가스관 차단으로 러시아는 한해 65억달러(약 9조5600억원) 이상의 가스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EU집행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운송 중단에 대처할 준비가 됐으며 이 시나리오에 대비해 1년 이상 회원국들과 협력했다"며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운송 종료가 EU에너지 공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여전히 큰 동유럽 국가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독단적인 처사라는 것이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EU집행위에 "러시아산 가스를 차단한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암묵적 수용은 잘못이고 비이성적이다. 긴장을 고조하고 상응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은 대러제재 강화를 통해 미국이나 중동에서 LNG를 수입해왔지만, 항구가 없는 내륙국가가 대부분인 동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대란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 가스 수입을 이어왔다. 이로인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제재가 3년간 이어졌음에도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지난해까지 8% 수준을 유지해왔다.
다시 치솟는 유럽 가스가격…동유럽 국가들 우회수입 지속
지난달 중반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가능성 등에 대한 기대감 속에 하락세를 보였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크게 반등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주요 지표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지난달 16일 메가와트시(㎿h)당 40.511유로에서 지난달 31일 48.889유로로 단기간에 20.68% 급등했다. 지난달 초 48.639유로 기록 이후 다시 48유로대로 올라섰다.
향후 천연가스 가격이 더욱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은 동유럽 수출이 지속돼 러시아군도 공격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었지만, 수출이 완전 차단돼 이젠 공격에 나설 것"이라며 "기상이변 속에 1월 강추위가 갑자기 발생할 경우 가스가격이 더욱 올라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튀르키예를 경유해 러시아산 가스를 계속 우회수입하면서 EU의 대러제재를 둘러싸고 서유럽과 동유럽간 갈등도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CNN은 "미국산이나 중동산 LNG 가격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보다 4배 이상 높으며 재정, 경제기반이 약한 동유럽 국가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들 국가가 EU의 제재와 별개로 러시아와 독자적인 가스계약을 이어가면 EU내 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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