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회사 사회공헌·기부 늘려야"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가계가 과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28일 서울 이화여대 강당에서 '금융인과 함께하는 캠퍼스 금융토크'를 열고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빚 권하는 세상이 되다 보니 최근 우리나라가 저축율이 낮아지고 있다"며 "국민들이 허리띠 졸라매고 과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당 안되는 고금리로 돈을 빌리면 가계가 추후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정부는 일자리를 마련하고, 국민들은 절약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으면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최근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만 연간 50조원에 달한다는 언론보도를 인용하며 "이 상태로는 가계부채 수준이 너무 높다"며 "지금 당장 연체율이 낮아서 문제가 되진 않지만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에게도 대부업계의 고금리 학자금 대출에 의존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권 원장은 "대부업체가 TV광고를 통해 대부금 이자가 싼 것처럼 알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금리가 39%나 된다"며 "학자금은 제2금융권의 고금리대출 대신 꼭 정부의 학자금대출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30%대 고금리 대출을 10%대의 은행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생명보험협회가 출연한 2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이용, 대학생 고금리 대출을 5%대로 낮춰주고 있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도 경계했다. 권 원장은 "신용카드는 함부로 쓰다가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정부가 체크카드를 보급하고 있으니 신용관리를 건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토크에서 일부 학생은 '서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권 원장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이미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만큼 매고 있는데, 허리띠가 느슨한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더 졸라매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권 원장 역시 이에 대해 "서민들 허리가 더 다이어트를 할 것도 없이 너무나 졸라져 있다는 데 동의한다"며 "금융회사나 대기업의 사회공헌이나 기부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답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금융업계가 받는 영향에 대해서는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이미 IMF 이전부터 개방을 많이 했으므로, 금융시장에 큰 영향이 없다"며 "FTA를 맺더라도 긴급시 금융소비자 보호 및 안정조치를 취할 수 있고, ISD 역시 금융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금융멘토'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권 원장은 "학생들이 교내에 금융동아리를 만들 경우, 금융당국에서 교재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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