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유진그룹과 하이마트의 갈등이 주식처분이라는 초강수로 치닫고 있다. 하이마트가 24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30일 열릴 예정인 임시주총과 이사회 등을 철회하지 않으면 주식을 모두 처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소재와 유통, 금융의 3대 사업군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나가려는 유진그룹의 비전과 위상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간 갈등의 핵심은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선종구 회장에게 경영을 맡긴다고 약속했는지의 여부다. 하이마트측은 선 회장에게 경영권을 주기로 약속해 놓고 이제와서 경영권을 뺏으려 하고 있다는 주장인 반면 유진그룹은 경영권을 주겠다고 한 일이 절대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최대주주로서 경영을 하지 못한다면 2조원 가량의 막대한 돈을 투자해 하이마트를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이마트측의 경영권 보장 약속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마트 관계자는 서류상으로는 아니지만 분명히 구두로 경영권 보장을 약속했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유진그룹측이 선 회장에게 경영을 맡긴다고 했으니까 이를 믿고 1000억에 가까운 우리사주를 빚을 내가며 100% 청약한 것"이라며 "하이마트의 경영성과가 계속 좋은 상황에서 임기가 남아 있는 선 대표이사를 교체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영권 보장 약속에 대해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또 공동대표에서 각자대표 변경, 그리고 선 회장의 단독대표 요구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진그룹은 선 회장이 공동대표에 동의를 했고 각자대표로 변경하자고 해서 의견을 수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최근 자신을 다시 단독대표로 해주고 그 확답을 문서로 확인해달라는 있을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게 그룹측 설명이다. 반면 하이마트측은 유진그룹쪽에서 유진기업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하이마트 공동대표를 제의해 이를 받아들였고 다시 각자대표로 하자고 해서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유진그룹과 하이마트의 공동 발전을 위한 차원에서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최근 콜 옵션 행사 방침 등을 볼 때 인수 때부터 경영권을 뺏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선 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주면서 독자경영수준의 배려를 해왔다"며 "하지만 선 회장과 경영진들이 새로운 회사를 차리겠다고 나서고 비대위를 만들어 임직원들과 주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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