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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대 위의 유럽, 삼각파도 끝의 세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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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붕괴 석달 시한부 ?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유럽의)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sky falling in)”(에스피리토 산토 인베스트먼트뱅크 영국 법인장 앤소니 프라이). “유럽의 총체적 붕괴까지 세 달이 채 안남았다”(카알라일 그룹 국제투자부문 책임자 올리버 사르코지).


23일(현지 시각)을 기점으로 독일을 포함한 모든 유럽 국가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세자리수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가장 안전‘했던’ 독일 국채마저 입찰에 실패하면서 유럽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지역에 돌입했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유럽에는 이제 안전자산이란 없다. 유동성도 없으며, 은행의 돈줄은 씨가 말랐다”고 보도했다.

유동성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신용공황은 세가지 위기를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 국가의 부채, 유동성(금융부문) 위기, 그리고 경기 침체.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출발해서 잠시의 휴지기를 거친 공황은 유럽에서 똬리를 틀고 있고, 그 여파가 전세계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 정작 유럽 각국의 상황은 오히려 더 꼬여간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의 통합강화를 역설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를 얼마나 더 매입해야 하는지를 놓고 독일과 프랑스가 ‘충돌’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고,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일랜드는 자신들도 그리스만큼의 혜택(국채 원금 탕감 및 이자율 인하)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조건에 반발, 시민들이 국영전력회사를 점거하고 관공서에 전기공급을 끊고 있다.


유럽의 마지막 보루인 독일에서도 <슈피겔>지가 독일의 재정 사정이 이탈리아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10년 말 기준 84% 수준으로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스페인과 동일한 수준이고, 연간 재정적자 비율도 GDP의 4%대로 이탈리아와 비슷하다.


벨기에는 지난달 파산한 프랑스-벨기에계 덱시아 은행의 국유화 조건과 관련, 프랑스에 재협상을 요구했으며,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프랑스가 현재 수준 이상으로 지급보증을 하거나, 재원을 출연한다면 최상위등급(AAA)을 잃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국채나 CDS 가격은 사실상 프랑스가 이미 AAA등급을 상실했다고 말해준다.


유로존 은행들이 얼마나 돈이 말랐는지는 이들이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미국의 정크본드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는 FT 보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유럽의 자산은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카알라일그룹의 올리버 사르코지는 유럽 은행 구제에 얼마만큼의 자금이 필요한지 간단한 산술로 제시한다.


“(미국과 비교해서) 지난 2008년 미국 은행들을 구제하는데(TARP)에는 2120억 달러가 들었다. 그 액수로 3조달러의 도매자금(wholesale funding) 시장을 안정시켰다. 유럽의 도매자금시장 규모는 30조 달러이다. 단순 비교하자면 유럽에서 금융 부문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2조1천억 달러가 든다”.


논란 끝에 간신히 통과시킨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가 6천억 달러(4400억 유로)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최소한 그 세배 이상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일의 격렬한 반대 속에 논의되고 있는 유로본드(유로존 국가가 공동으로 발행, 보증하는 채권)으로는 어림도 없다.


게다가 EFSF가 발행하는 채권도 수요가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인데 누가 유로본드를 매입할 것이냐는 문제도 남는다.


이미 신용위축(deleveraging)으로 전세계의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만 몰리고 있다. EFSF는 이미 신용평가사들이 최상위등급(AAA)을 줄 수 없다고 판정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설사 유럽이 공중에서 2조달러를 만들어내도 이 액수로는 금융부문의 ‘테크니컬한 문제’(technical problem)만을 해결할 수 있을 따름이다. 실물경제는 또 다른 문제다.


JP 모건은 이날 공개한 연구노트에서 “유로존은 잠재적으로 심각한 침체에 돌입했으며, ECB는 2012년 중반까지는 기준 금리를 0.5%(현재 1.5%)로 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독일의 생산자관리지수(PMI)는 47.3으로 완연한 경기위축을 드러냈고, 대부분의 민간 연구기관들은 2012년도 유로존 전체의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바주카(영국 캐머런 총리가 주장한 대규모 유럽판 구제금융)로는 이미 늦었다, 유럽은 이제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필요하다”고 클라이언트스트래지의 의장인 미첼 골드버그는 주장했다.


전세계적인 공조를 통한 유럽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대륙’들도 중병에 휘청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당초 예상치인 2.5%에서 대폭 감소한 2%에 머물렀고, 23일 발표된 내구재 주문은 -0.7%를 기록했다.


서브프라임(최저 신용등급) 자동차 대출을 무기로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운수산업 중심지인 시카고 지역의 산업지수도 -0.13으로 경기회복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유동성 고갈도 심각해서, 이미 외환 및 국채 파생상품 전문 브로커지 회사인 MF 글로벌이 파산했고, 유럽 지역에 위험 노출이 큰 제프리스 증권사 부도 위험에 몰려있다. 미국의 신평사인 에건-존스는 제프리스의 선순위 채권 상환 가능율이 액면가의 77%밖에 안된다면서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또 연방준비은행은 유로존 여파의 우려로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할 예정이며, 이로 인한 추가 자본금 확충 문제로 신용경색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또 무디스는 만일 미국이 10년간 1.2조 달러의 자동예산삭감안에서 후퇴한다면 신용등급이 하향될 것이라고 이날 경고했다.


중국은 경착륙이나 연착륙이냐를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중국 제조업지수는 48로 3년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HSBC 홍콩지사의 아시아지역 경제 분석가인 프레데릭 노이만은 “(유럽의 영향으로) 아시아지역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올해의 9.5%에서 내년에는 8.4% 정도로 둔화되고, 무역수지도 경상적자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중국인민은행 자문관이 밝혔다.


결국 유럽이 자체적으로 수렁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다른 국가가 유럽을 구원할 도리도 없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는 빙하기에 접어들고 있다. 추운 겨울이 될 것이다.




이공순 기자 cpe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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