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 5000개 업체 수출 확대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우여곡절 끝에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산업계는 대미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일제히 나타냈다. 다만 일부 업종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미국 기업의 공세에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23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한국의 10배 규모인 연 1500만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을 갖고 있는 세계 최대 시장"이라며 "이번 FTA 체결로 국내 5000여개 중소부품기업의 수출길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와 만도 등 자동차 부품 업계도 FTA 발효 시점부터 2.5~4%의 관세가 사라지면서 가격 경쟁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측은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량은 지난해 41억2000만달러에 달한다"며 "한미 FTA 발효와 동시에 관세가 사라짐에 따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도 당장의 수혜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확대를 염두해두고 전략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는 관세가 4년간 유지되는데다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당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 업계는 단기적인 관세 인하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교역량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정보기술(IT) 업계는 "전자 부품은 대부분 이미 비관세 품목이고 세트 제품은 멕시코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FTA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는 거의 없다"면서도 "양국 간의 교역 증대 등에 따른 물류 효율화 등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TA 발효로 13.2%에 달하는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지는 섬유업계도 "관세 장벽이 사라지면 대 미 섬유 수출이 연간 2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업계는 "대미 교역량이 미미해 큰 수혜를 거두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폴리스티렌, 에폭시수지 등 일부 석유화학 제품은 관세 즉시철폐로 인해 수출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업종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미국 기업들의 공세를 우려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FTA로 복제약 개발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국 제약 회사에 맞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업계도 "미국 업체들이 국내에서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업체 등 금융사의 소유ㆍ설립이 가능해졌다"며 "금융 당국이 감독 권한을 적극 행사해 외국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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