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득과실 따져보니..차 · 부품株 호재, 제약 · 바이오株 악재
[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종목별 수혜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동차 부품과 전기전자(IT), 섬유업종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종은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23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로 대미 무역수지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1억4000만달러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수산업에서는 적자가 커지겠지만 제조업에서 흑자폭이 연평균 5억7000만달러 확대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중에서도 자동차 업종의 수혜가 클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기준관세는 1~4년차까지 2.5% 부과되지만 5년차부터 폐지되기 때문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아차가 관세인하에 따른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고 “내수시장의 개별소비세율 인하 조치로 대형차 비중이 높은 현대차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분석했다.
S&T대우와 만도,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부품주는 FTA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역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IT업종 중에서는 가전제품이나 휴대폰 관련종목에 대한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TV에 5%, 백색가전에 1~2% 부과됐던 관세가 사라져 삼성전자나 LG전자에 긍정적 수출여건이 마련된다. 다만 미국 가전제품이 국내에 들어올 때도 관세적용이 철폐돼 미국제품의 한국시장 진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이미 미국 수출에 무관세가 적용돼 왔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다.
섬유업종 역시 수혜업종이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결과적으로 가중평균 13% 수준의 미국수출 관세가 철폐돼 국내 섬유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KIET분석에 따르면 섬유 산업에서 연평균 수출 2억2700만달러 증가와 수입 1900만달러 증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약업종은 '특허-허가 연계 제도'가 시행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된 뒤에야 제네릭(복제약) 개발이 가능해진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대부분 복제약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데, 앞으로 개발과 출시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대우증권은 “복제약 출시가 평균적으로 약 7개월 늦어질 수 있다. 국회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 해 피해액은 300억~7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미 국내 제약사들은 앞으로 10년간 주요 제네릭 품목에 대한 허가를 확보하고 있다”며 “체결후에도 3년간은 유예기간을 둘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대비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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