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 대목 연말연시에 우는 자영업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국면에 접어든 대한민국은 크리스마스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국민들의 소비 심리는 얼어붙었고, 소상공인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발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1%로 낮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4분기 성장률은 당초 0.5%로 예상되었으나, 0.4%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는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카드 사용액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소비 위축 현상이 지속될 경우 내년도 경제성장률 또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최근 한국 경제의 전망치를 기존보다 낮춰 잡았다.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낮춘 2%로 조정했으며, 이는 외부 리스크를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한국의 계엄 상황이 이 수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경제 상황은 더 어두울 수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경고했다. 특히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제시하며 리스크가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비상계엄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 중 36%는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고 응답해 경제적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또한 외식업 매장의 신용카드 매출 역시 작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하며, 내수 경기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감소로 인해 송년 특수로 활기를 기대했던 소상공인들은 오히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와 민간 기업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들에게 예정된 연말 모임과 행사를 취소하지 말고 진행해 소상공인들을 응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각종 축제와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도록 독려하고 있으며, 금융권에서는 부서별 송년회 개최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조치는 소비 심리를 조금이라도 회복시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 속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국민들의 소비 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한편, 의외로 꽃집과 화훼 농가들은 화환 수요 급증으로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탄핵 정국과 계엄령을 둘러싼 찬반 세력이 화환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며 화환 시위 문화가 확산된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과 주요 정치 거점 주변에서는 찬반 메시지를 담은 화환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중 일부는 격려 문구를 담은 화환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탄핵 찬성 입장을 담은 근조 화환이 설치되기도 했다. 이처럼 화훼 농가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뜻밖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모습은 아이러니한 현실을 반영한다.
소상공인들에게 12월은 한 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올해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외부 경제 리스크가 겹치면서 그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탄핵 사례를 살펴보면, 2006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중국 경제가 강세를 보였고,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경제적 여파를 상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상황이 더욱 어렵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러한 어려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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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일부 전문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히 무겁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한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보다 화환이 더 많이 팔리는 상황은 단순히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넘어, 현 정치·경제적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말이 과연 경제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불확실성의 시작이 될지는 앞으로의 정책 대응과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백강녕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young100@asiae.co.kr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이경도 기자 lgd012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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