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민단체들 퇴임 요구 1인 시위...특별행정기관화 요구했다 '反지방자치' 인물로 낙인찍히기도...잇단 현안 관련 실책으로 송 시장 신임 금 갔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코너에 몰렸다. 송도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다 반대 측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한 임명권자인 송영길 인천시장으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게다가 경제자유구역의 특별 행정 구역화를 주장했다가 인천시의회로부터도 '反지방자치 인물'로 찍힌 상태다.
인천 지역 주요 40여개 시민단체 소속 300여 명의 인사들은 최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송도 영리병원 설립 반대 및 이 청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이들은 "영리병원이 가져올 병원비 폭등과 의료 양극화의 심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 붕괴 등을 수없이 경고하며 중단을 요구해 왔다"며 "인천시의 묵인 아래 이종철 인천경제청장은 법 개정 없이 시행령과 시행규칙만 바꿔도 병원 설립이 가능하다고 건의했고, 지식경제부는 시행령 개정을 예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송영길 시장은 국민의 합의와 동의 없이 입법권까지 무시하며 국민 건강을 재벌의 돈벌이 수단으로 내주려는 이 청장을 해임하고 영리병원 설립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오전 11~12시 1시간 동안 인천시청 현관 앞에서 영리병원 중단과 이 청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이 청장을 타깃 삼아 해임까지 요구한 것인 그가 최근 '영리병원 허용'의 전도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관련 법 제ㆍ개정 없이도 자체적으로 송도 영리 병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 결정타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단체들이 대부분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범야권단일 후보로 출마한 송 시장을 적극 지지해 당선시킨 단체들이었다. 결국 지지층 이탈을 우려한 송 시장은 다음날 시민단체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항복'을 선언했다.
송 시장은 "송도에만 한정하고 기간을 정해 놓지 않는 한 어렵다"며 사실상 영리 병원 설립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인천경제청에 송도영리병원 설립과 관련한 모든 추진일정을 중단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농성을 계속하며 이 청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 청장은 인천시의회로부터도 '反지방자치' 인물로 낙인 찍혀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발단은 이 청장이 제공했다. 그는 지난 10월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7회 전국경제자유구역청장협의회'에서 "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위상 제고를 위해 법 개정을 통해 경제자유구역청을 특별행정기관으로 전환해 소속 시ㆍ시의회로부터 간섭을 받지 말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자 인천시의회는 이 청장에 대해 "민주주의의 근본인 풀뿌리 지방자치를 무시하는 인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 강병수 시의원은 송 시장을 상대로 "특별행정기관 지정 요구를 공공연히 하는 것은 인천시의 고위 공무원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라며 사전 교감 여부를 추궁했다.
이러자 송 시장도 "대단히 예민한 문제로 이 논의가 적절치는 않다고 생각이 된다. 해외 출장 간 이 청장이 귀국하는 대로 철저히 점검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크하겠다"며 사실상 사죄의 뜻을 표시했다.
이 청장은 취임 후 적극적인 일처리와 삼성ㆍ롯데 투자 유치 등으로 송 시장으로부터 상당한 신임을 받아왔다. 하지만 현안과 관련해 잇단 '오버'와 '실책'으로 송 시장으로부터 공개적인 질책을 받은 셈이어서 믿음에 금이 갔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허종식 인천시 대변인은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존중해 영리 병원에 대한 입장을 재차 확인해 준 것"이라면서도 이 청장의 퇴진 요구에 대해선 "시민단체들이 물러나라고 다 물러나면 우리나라 공무원들 중 몇 명이 남아 있겠나"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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