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허경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 대사(전 기획재정부 차관)가 지난 80년대 후반 처음으로 세계은행(WB)에서 근무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국제금융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의 숫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세계 10위권대의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주요20개국(G20) 의장국을 맡기도 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과 비례한다. 2000년대 초반 OECD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던 유광열 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은 "예전과 지금은 천지차이"라며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격이 올라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2009년 말부터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7개 국제금융기구의 인사담당관이 매년 직접 한국을 찾아 맞춤형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지난 17~18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제3회 국제금융기구 채용박람회'가 바로 그 현장이다. 여러 곳의 국제금융기구 인사담당자가 한꺼번에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역할과 위상이 한껏 올라왔다는 평가다.
이날 행사에서 개회사를 한 최종구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1~2회 때보다 지원자들이 훨씬 진지하다. 그간 성과를 알고 많이들 왔다"면서 개인적으로 국제기구에 접촉하는 것보다 정부에서 이러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 좀더 효과적이다. 국격이 향상돼도 저절로 국제기구에서 한국인 일자리가 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제금융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은 모두 132명이다. 2008년 말 103명보다 29명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 비중은 0.62%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앞으로 더욱 더 한국인의 진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성욱 재정부 국제기구과장은 "선진국의 재정위기로 국제금융기구에 펀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가 한국과 호주 정도"라며 "국격에 비해 한국인 직원이 적기 때문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한국인이 많이 근무하고 있는(49명)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로버트 시 인사과장은 "기구에서 한국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자금지원도 늘고 있다"면서 "한국이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주개발은행(IDB) 정책자문관으로 나가있는 박충근 재정부 국장은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발전모델을 많이 따르려고 한다"면서 "국제금융기구에서는 한꺼번에 매년 얼마의 인원을 정해놓고 뽑는 것이 아니라 공석이 생긴 부서에서 사람을 뽑기 때문에 꾸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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