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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인생2막 50+]“누군가의 삶에 희망을 준다면 이보다 멋진 인생 어디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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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후 나눔 헌신 행복한 시니어 박병창씨

[당당한 인생2막 50+]“누군가의 삶에 희망을 준다면 이보다 멋진 인생 어디 있겠소” [사진_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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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신념이나 특별한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은퇴 전까지 사회공헌이나 봉사를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마치 이유 없이 무심코 하게 된 일이 훗날 대박을 터뜨리기도 하고 의리를 좇아 시작한 일이 평생의 업이 되기도 하듯 우연히 사회공헌 활동에 발을 들여놓게 된 박병창(58)씨의 인생 2막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는 자신의 활동에 대해 보람이란 말을 쓰기를 원치 않았다. 주어진 일이니 열심히 할 뿐이라고 했다. 은퇴 후 사회공헌을 통해 행복한 시니어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박씨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여보세요. 시니어사회공헌센터입니다.”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 해피시니어 프로그램 담당자가 전화를 받았다. 50+의 기획 의도와 취지를 간략히 설명하고 해당자 섭외에 도움을 요청했다. 반나절이 지나자 담당자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분 계십니다. 젊은 시절에는 언론사에 계셨고 지금은 저소득층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입니다. 매년 사회공헌 활동에 이바지해온 분들에게 주는 해피시니어어워즈상도 지난해 받으셨어요. '새삶 개척상'이라고. 아무래도 기획 의도에도 맞을 것 같네요. 박병창씨라는 분인데 매우 의욕적이고 활동도 굉장히 열심히 하십니다.” 그렇게 추천받아 박씨와의 만남이 성사됐다.

30년 신문사 업무국 생활 피로감 느껴 갑자기 은퇴
약속 당일 그가 일하고 있다는 대방동 주공1단지 상가 건물을 찾아갔다. 그는 현재 비영리단체인 주거복지연대에서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 사업과 관련해 자재관리 및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은퇴 후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물었더니 박씨는 2007년 은퇴했던 기억부터 끄집어냈다.


“H일보 업무국에 입사해서 30년 2개월을 일하고 퇴직했어요. 30여년 간 한 직장에서 일하다보니까 피로가 누적됐는지 너무 힘들었어요. 쉬고 싶다고 해서 사표를 냈죠.”
유유자적한 일상은 그의 적성에 안 맞았다.


“당초 6개월 정도 아무 생각 없이 쉬겠다 싶었는데 막상 쉬니까 3개월 만에 일이 하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하더라구요.” 때마침 직장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형님, 취업할 생각 없어요?” 후배의 소개로 신문유통원에 재취업했다. 새로운 직장에 막 적응하려는 시점이었던 2008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희망제작소라는 곳이라고 했다.


“고용지원센터에서 취업 등록한 전직 신문사 출신, 공무원 출신, 기업 간부 출신들에게 전부 연락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들에 말에 따르면 은퇴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식과 역량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합디다. 행복설계아카데미 과정을 시작한다고 1기로 참여하라는 이야기였어요.” 은퇴 후에도 뭔가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박씨의 마음이 동했다.


“우선 직원에게 물었어요. 교통비와 용돈벌이는 되는 일인지. 교통비며 용돈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나하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그렇다면 봉사도 하고 일거양득이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죠.”


‘사회공헌’ 한마디에 솔깃 늦깎이 복지 공부 시작
박씨는 이후 신문유통원에 사표를 내고 한 달간 행복설계아카데미에서 복지관련 교육을 받았다.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장애인 복지, 아동복지 등 복지란 복지 개념과 지식을 이 때 거의 쌓았다. 일선에선 각 센터와 기관 등을 돌며 실전 경험도 거쳤다.
박씨는 처음 접하는 복지 공부가 싫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완벽하게 자기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조금만 하고 다른 일 해야지 생각했어요.”


교육이 끝나고 현장에 배치됐다. 박씨는 의정부 지역에서 오랫동안 신문을 판매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의정부 고용복지연대에서 지역의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방과 후 공부방을 개설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 사업과 관련 은퇴한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취업 상담하는 일을 맡았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는데 사실 그때부터 고생도 시작된 셈이지요.”


박씨는 방과 후 교실 개설 작업은 공부방을 만들고 개설할 때만 참여하고 그는 자신의 본격적인 업무에 주력해야 했다. 시니어 취업자 일자리 창출 사업이었다. 처음엔 막막했다. 막상 비영리단체에서 일을 시작하려니 최저임금 정도 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면서 현장에 나가 취업자들을 물색해 상담해 취업을 시켜야 하는 일이 부담스럽고 의욕도 별로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냥 놀 수도 없는 일. 특유의 근성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자리 창출 사업이라고 하면 뭘 하나 만들어서 돈이 되면 지역주민이 참여해서 그 이익을 나눠줄 수 있어야 하는데 사업비도 없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라는 소개소 역할을 하라는 의미로 다가오더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변에 의정부 금호단지 용현공업단지가 떠올랐다. 그곳은 100여개가 넘는 업체가 밀집한 곳이었다. 박씨는 공업단지 내 업체를 돌며 일자리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3일간 비어있는 곳 20군데를 제외하고 다 돌았다. 생각보다 사람을 찾는 곳들이 많았다. 상담소를 찾아오는 구직자들에게 소개를 했더니 업체도 구직자도 만족해했다.


지역주민들이 지역공업단지에 취직이 되니 지역인력이 지역으로 환원되는 효과도 있었다. 용현공업단지에 주민들을 취직시킨 후 다음으로 박씨가 생각한 것은 지역의 단체였다. 주부나 여성 시니어 취업자들을 지역의 여성취업기관이나 단체와 연계해 교육프로그램 이수와 취업알선까지 받을 수 있도록 중간에서 다리를 놓았다.

[당당한 인생2막 50+]“누군가의 삶에 희망을 준다면 이보다 멋진 인생 어디 있겠소” 지난해 해피시니어어워즈 새삶개척상을 수상한 후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박병창씨.


또한 바로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지역의 요식업협회, 시장상인연합회, 공공단체를 찾아다니며 취업을 알선해줬다. 그렇게 약 1년간 90여명의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줬다. 주민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그 역시 누군가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게 의정부에서 1년을 지냈다. 그런 그의 활약을 지켜보던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이 어느 날 새로운 제안을 했다. 인천 남동쪽에 센터를 하나 개설할 예정인데 그곳의 센터장을 박씨가 맡아 줬으면 한다는 얘기였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러나 남 센터장의 간곡한 요청 끝에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나에게 퇴직 이후에도 인생2막이 있다며 항상 기회를 주신 남 사무총장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시작하게 됐다”며 “일종의 의리라면 의리”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콩나물 공장 통한 일자리 창출, 사회적 기업도 운영
의정부에서 수입 없는 비영리사업을 하면서 그는 아무리 그래도 단체가 어느 정도 움직이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익 창출의 모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관상용 쥐눈이 콩나물을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2009년 인천남동생활복지센터 센터장으로 부임한 그는 국토해양부, 주택공사 등의 협조를 받아 콩나물 공장 부지를 확보했다. 지역주민들을 모집해 5명 정도 직원도 고용했다. 콩나물은 국내산 콩만 쓰고 친환경 방식으로 기르기로 했다. 충주 산천 농협에서 국산 쥐눈이 콩을 수급했다.


막상 콩나물 사업을 시작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그냥 콩나물은 물만 잘 주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로 사업을 시작한 탓에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예컨대 콩나물은 물을 많이 줘야 하는데 그걸 모르고 처음엔 물 수급을 지역의 약수물로만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차질을 겪어야 했다.


약수물로 퍼서 쓰는 건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수돗물을 끌어다 쓰면 비용이 너무 어마어마해 엄두가 나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시설을 설치하고 비용을 치러야 했다.
또 한 번은 물을 재활용하면 된다는 당초의 계획대로 콩나물에 준 물을 다시 모아 뿌렸다가 콩나물이 새카맣게 색이 변해버린 일도 있었다.


일주일 내내 콩나물 다리가 검은 스타킹을 입은 것처럼 까맣게 변해 판매가 불가능해졌다.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박씨는 마냥 주저앉지 않았다. 콩나물 색이 변해 쓸 수 없게 된 와중에 박씨는 그 콩나물을 가져다 끓여봤다고 한다. 맛을 보니 괜찮았다. 공장 내 콩나물을 모두 모아 놓고 센터 옆 복지관에서 사람을 불러 식자재로 사용하라고 몽땅 줘버렸다.


그렇게 하길 몇 차례 그 사이에 콩나물 가게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에도 박씨는 지역 복지관에 조금씩 콩나물을 모아두었다가 무료로 주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쥐눈이 콩나물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교회와 단체, 심지어는 유명 백화점 등에서 납품 주문이 오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좀 뭔가 되려나?’하고 생각했다.


“남 돕는 일 힘들지만 의리와 기백으로 도전”
인생은 역시 새옹지마인가. 또 다시 시련이 닥쳤다. 이번엔 콩값이 오른 것이다. 당시 kg당 4000원 하던 콩값이 매일 뛰어 1년 새 3배나 올랐다. 시중에서 kg당 1만2000원을 지불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콩나물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겨울 직원들도 모두 철수시키고 공장 문을 닫고 나오려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박씨는 그래서 다시 홀로 콩나물 공장으로 되돌아갔다. 그때부터 그는 1인 5역을 하면서 스트레스로 잇몸에 모두 고름이 차 이가 모두 빠지는 상황에서도 콩나물 공장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냈다. 하지만 혼자서 공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어느 날 주거복지연대 남 사무총장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서울 주거복지연대 본부에서 함께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이번에도 의리가 앞섰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누군가를 돕는 일이 즐겁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 보람이라는 말을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라 그저 열심히 할 뿐이다.


[당당한 인생2막 50+]“누군가의 삶에 희망을 준다면 이보다 멋진 인생 어디 있겠소” 그는 현재 주거복지연대에서 저소득층 주거 개선 사업에 필요한 물품관리와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힘들 때도 있었다. 내가 왜 이일을 하나 싶기도 했던 적이 있다. 하루는 늙으신 홀어머니와 정신박약의 나이든 아들 둘이 사는 집을 개조하고 돌아오는 길에 몸이 너무 더러워져 수돗물에 옷을 대충 빨고 말리지도 못한 채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이 고생을 내가 왜 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오늘도 의리와 기백으로 맞선다고 했다. 좋은 일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도움을 받고 환하게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에게 무한한 힘을 준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또 뭐든 할 수 있다는 기백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힘든 일도 견딜 자신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숨을 거둘 때 까지 그런 사고방식으로 살아가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은퇴 후 ‘나눔의 삶’ 실천하려면…

은퇴 후 삶의 보람을 찾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싶다면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니어사회공헌센터는 고위공무원, 교사, 은행장, 기업 임원 등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직 시니어들을 은퇴 후 적성과 역량에 맞춰 다양한 NPO(비영리민간단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으로 '행복설계아카데미'를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40시간의 기본교육과 1박2일 워크숍으로 진행되는 기본과정, 시니어소셜미디어양성과정과 비영리재무회계전문가 과정, 지역에 거주하는 시니어들을 위해 지역 NPO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지역과정, 퇴직에 대한 인식 전환과 사회 공익 활동에 대한 구체적 정보와 퇴직 예정자들에게 필요한 종합 라이프 플랜을 제공하는 기업전직지원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다.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참여 방법을 알고 싶으면 시니어사회공헌센터(02-3210-4070)로 문의하면 된다.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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