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가 이틀 연속 하락하며 1850선으로 내려왔다. 전날 시장에는 프랑스 국가신용등급 강등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설 등이 퍼지며 대외 이슈에 민감한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장 중 지수 변동폭은 58포인트에 달했다.
17일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역시 조정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전날 시장은 유로존이 위기 대처능력을 빠른 시일 내에 보여주지 못할 경우 결국은 서로 같은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을 보여준 것이라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등 포괄적인 대책의 실질적인 진전 없이는 위기감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간밤 뉴욕증시 역시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 높아지면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90.57포인트(1.58%) 내린 1만1905.59를, S&P500은 20.90포인트(1.66%) 하락한 1236.91을, 나스닥은 46.59포인트(1.73%) 떨어진 2639.61을 기록했다
◆송경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코스피가 1900선에 안착함에 있어서도 유럽의 안정이 필수적인 요건이라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당분간은 압축된 업종선별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최근 시장의 반등을 주도했던 업종 중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 모멘텀과 수급 여건을 갖추고 있는 업종들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최근 시장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업종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IT업종과 철강 및 화학 등 소재업종, 기계업종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당 업종들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다소 완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소비증가 기대감과 중국의 긴축완화 및 내수 진작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상대적인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인지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 코스피가 60일 이동평균선 회복 후 단기 고점이 낮아지는 가운데 20일 이평선을 하향 이탈해 추가 조정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60일 이평선을 이탈하고 이전 저점대까지 낙폭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 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조정 과정에서 60일 이평선이 위치한 1820 부근에서 반등 시도가 있을 수 있지만 강한 지지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820 수준의 지지에 실패하고 추가로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나면 1700 전후에 위치한 이전 저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다. 이 가격대의 지지력은 매우 강할 것으로 보이므로 이 경우 적극 매수할 수 있을 것이다. 종목별로는 방어적인 개념의 종목들에 대해서 매수관점을 유지할 수 있고,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KT&G 같은 종목을 들 수 있다.
◆한태구 부국증권 애널리스트= 전날은 유럽 경제지표가 재정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 의해 심리적 불안감이 확대되며 루머에 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코스피 지수가 1900선 이상에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과 중국 경기 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긴축에서 최소 중립으로 점차 기조를 바꿔갈 것으로 본다. 후진타오 주석의 '탄력적 정책구사' 발언과 중국 물가상승률이 내년에는 3%대로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 인민은행 어음 발행금리 하락 등을 그 근거로 들 수 있겠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 되지 않는다면 미국·중국의 경기 모멘텀 기대는 유효할 것이다. 다만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불안요소와 미국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 중국의 긴축완화에 대한 기대가 상존하며 코스피는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가 현실로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책적 공조가 필수 불가결한 조건임에도 정치권이 자국의 손익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불협화음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 이탈리아 금리는 7%를 넘어서고, 미국 금리는 2% 아래로 향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원하던 것과 정반대의 현상으로 향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이탈리아 채권을 소화해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유동성 공급원이기 때문에 ECB의 정책적 결정이 금융시장 전반의 흐름을 관장할 것이다.
유럽문제를 가장 심플하게 해설해주는 수치는 환율이라 할 수 있다. 유럽문제가 시장에 쇼크를 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것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어떤 사안이 쇼크로 명명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일 수도 있고, 프랑스 은행이 국유화일 수도 있고, 또는 이태리가 그리스 꼴이 나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사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 하는 것이 환율이다. 어설프나마 기술적으로 보면 달러가 유로당 1.30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FX 변동성이 커지지 않을 것이고, 이는 위험자산가격도 안정적인 수준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본격적인 위기 관리는 환율을 체크하면서 움직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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