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고객예탁금을 증권금융에 예치하면서 받는 이자 가운데 70% 정도를 수익으로 챙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어제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 2009년 2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증권사들이 고객예탁금으로 거둔 이자수익이 66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고객예탁금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기는 돈이다. 증권사는 이를 관련법에 따라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며 이자를 받는다. 증권사는 그 이자수익을 전부 고객에게 돌려주지 않고 '예탁금 이용료'란 명목으로 일부만 지급하고 있다.
예탁금 이용료 지급율을 보면 100만원 ~3000만원 미만 0.2~0.3%, 3000만원~1억원 미만 0.5%, 1억원 ~ 3억원 미만 1%, 3억원 ~5억원 미만 1.5%, 5억원 이상 2%다. 예탁금 운용수익은 시장금리 수준으로 받으면서도 이용료는 예탁금액을 기준으로 차등 지급해 폭리를 챙기는 구조다. 증권사들로선 이를 대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쓴다지만 누가 봐도 너무 많이 떼어간다. 더구나 대다수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 지급율이 같아 담합 의혹이 짙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고객예탁금 21조8040억원에 대한 증권금융 이자는 총 6410억원(이자율 2.94%)인데 1960억원(평균 지급이자율 0.9%)만 고객에게 지급되고 4450억원(전체의 69.4%)은 증권사 수익으로 잡혔다. 금융감독원도 이런 증권사의 행태를 알고 있다. 그래서 지난 9월 21일 예탁금 이용료 지급율을 높이는 것을 포함한 '금융투자산업의 투자자 보호 및 부담경감 방안'을 발표했지만 여태 실행되지 않고 있다.
증권사는 입으로만 투자자 보호를 외치지 말고 고객예탁금 운용수익의 90% 이상을 고객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펀드일시투자예치금 이자 반환을 추진 중인 은행들이 수익의 95%를 돌려주는 만큼 이 기준에 맞추는 게 합리적이다. 더구나 증권사는 은행과 달리 부당이득에 대한 반환 없이 예탁금 이용료 지급율만 높이려 들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방안이 발표된 지 두 달이 되도록 소식이 없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놓고선 자리싸움에 열심이면서 정작 중요한 금융소비자 보호는 왜 뒷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