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원 투자 연산 15만개 엔진 생산 거점...디젤차 경쟁 약화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현대자동차가 인도서 추진하는 디젤엔진 공장 설립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불투명한 글로벌 경기에 따른 대규모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연산 15만개 규모의 인도 디젤엔진 공장 착공을 내년 이후로 미뤘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초 연내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조정했다"며 "6개월 정도 늦춰지더라도 애초 계획했던 2013년 생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올초 인도 디젤차 공장 계획을 확정짓고 40억 루피(약 900억원)를 투입할 방침이었다. 이는 인도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차 비중이 2009년 24%에서 올해 35%로 증가하는 등 빠른 성장세가 기대되기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첸나이 1, 2공장에서 i20와 베르나 등의 디젤차를 생산하는 가운데 지금까지는 한국서 생산한 디젤 엔진을 현지에서 조립해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디젤엔진 공장은 현지 생산 여력을 한층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인도 생산량의 상당 부분이 유럽에 수출되는 것을 고려하면 유럽 디젤차 공략에도 유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기대됐다.
인도 정부가 지난 해 휘발유 보조금을 폐지한 반면 경유 보조금은 그대로 유지한 것도 디젤차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스즈키와 혼다 등 경쟁사들도 앞다퉈 소형 디젤 모델을 확대하는 중이다.
반면 현대차는 최근 18개월 사이 인도 시장 점유율이 21%에서 18.3%로 떨어졌다. 지난 10월 월간 판매량도 3만2811대로 전년 동기 3만4651대에 비해 5% 이상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디젤공장 착공을 연기한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투명한 글로벌 경기 전망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공장 설립에 현대차가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디젤차 경쟁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디젤엔진 공장 착공이 늦어졌지만 당초 계획했던 2013년 생산 일정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그 전까지 인도의 디젤차 수요는 국내 생산량으로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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