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tvN 목 밤 12시
방영된 지 4년. 하지만 정통 토크쇼의 문법을 따르는 프로그램 중 <택시>만큼 독특한 포맷을 보여주는 쇼는 여전히 등장하지 않았다. MC의 질문과 게스트의 대답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특정한 주제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언제든지 상황을 변주할 수 있는 건 <택시>만의 강점이다. 어제 방송은 이런 장기가 빛난 한 회였다. 이영자와 공형진은 박재범으로부터 몸매 관리 비법이나 이상형 등 가벼운 이야기들을 먼저 끌어냈고, 그 후 택시에서 내려 떡볶이를 먹으며 2PM 탈퇴 및 국내에 복귀했을 때의 심경을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올라탄 택시 안, 운전석에 있던 공형진은 박재범의 옆자리로 옮기고,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는 그와 눈을 맞추며 토크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변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사실은 <택시>가 아주 촘촘하게 짜인 토크쇼가 아님을 의미한다. 이영자와 공형진은 MBC <황금어장> ‘무릎 팍 도사’나 KBS <승승장구>처럼 게스트에 대해 미리 많은 정보를 꿰고 있을 필요가 없으며, 몇 가지 키워드와 큰 줄기만 가지고 자유롭게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사실 박재범의 대답들은 가끔 구체적이라기보다 두루뭉술하거나 빤했지만, 대신 시청자들이 그의 이미지를 직접 그려볼 수 있는 여지는 더 커졌다. 예를 들어 “(2PM 멤버들과) 연락은 안 해요. 보고 싶긴 해요”라는 말보다 그 순간 짓는 표정이나, 이영자의 유치한 농담에도 꼬박꼬박 리액션을 취하는 모습에서 박재범이라는 사람을 읽게 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택시>는 인물에 대한 해석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인터뷰가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각자 해석하게 하는 인터뷰에 가까워 보인다. 여백이 많은 토크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진 않는다. 하지만 어제만큼은 그 여백이 <택시>와 박재범을 종종 빛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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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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