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상가 분양시장 ‘후끈’ 제2강남 본색
이제는 ‘판교불패’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대지 분양률 100%를 달성했다. 신분당선 개통도 한몫했지만 그 열기는 식지 않는다. 열기는 이제는 상업시설로 옮겨 붙었다. 이곳은 ‘강남’을 넘어설 것이라는 해석도 뒤를 잇고 있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을 잇는 ‘신분당선’ 개통은 분당은 물론 판교에도 큰 호재였다. 성남 정자동(분당) 지역의 경우 아파트 전세와 매매가가 춤을 췄고 판교지역 상가는 매매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성남 3개의 시가지(성남, 분당, 판교)를 집중 조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신분당선이었다. 이 가운데 특히 판교지역은 신분당선 개통의 최고 수혜지로 꼽힌다.
판교는 서울과 연결되는 지하철 직통 노선이 없어 불편했었다. 이번 신분당선이 뚫리면서 강남까지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개통한 신분당선 1단계(18.5km)는 강남을 시작으로 양재, 양재 시민의 숲, 청계산 입구, 판교, 정자역 구간이다. 그동안 강남에서 판교까지는 광역버스로 40분에서 1시간가량 걸렸다. 지하철 분당선을 이용하면 45분 이상 소요됐다. 이번 개통으로 강남과 거리를 20분 이상 단축한 셈이다.
특히 판교역 일대는 출퇴근 유동 인구가 많아 초기에 상권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까지 기업 입주가 마무리 되면 강남을 넘어서는 거대 상권을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주거와 업무, 상업, 문화 복합시설까지 설치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4년 동안 중단됐던 ‘알파돔시티’ 사업 부활도 한몫했다.
알파돔시티 사업은 신분당선 개통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행정공제회 등은 총 사업비 5조원 규모의 성남 ‘판교 알파돔시티’사업을 정상화하기로 약속했다. 오피스와 상업용지 등 자산을 선매입하고 토지대금 마련이 가능해져 오는 12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로 인해 판교신도시의 가치는 하늘을 찌를 정도로 상승 중이다.
판교 아파트 매매·전세값 꾸준한 오름세
신분당선 개통 소식에 판교신도시 아파트 전세가격은 계속해서 오름세다. 특히 입주 초 인프라 부족을 호소해왔던 판교 주민들은 이번 판교테크노밸리가 들어서면서 효과를 제대로 맛보고 있는 중이다.
판교신도시 D 공인중개사 사장은 “신분당선과 분당선 영향권에 들어가는 지역의 집값은 그동안 낮게 책정돼 왔었다”면서 “이번 신분당선 개통과 함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기대감이 커졌고 수요자들이 몰려 전세 값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용면적 105㎡(32평형) 아파트 전세가는 3억5000만~4억 원선으로 형성됐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6000만~8000만 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매매가는 2004년 분양가 2억700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8억원에 육박한다. 공인중개사들은 신분당선 개통을 전후로 매매 호가는 최소 3000~4000만원이 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 매매 물량이 적은 것도 상승의 주된 이유다. 성남 판교신도시 인근 아파트들 대부분 거주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미 분당은 최고의 생활여건을 갖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판교신도시 A공인중개사 사장은 “신분당선 공사 당시 많은 사람들이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었고 개통 이후에 그 관심 탓인지 아파트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상승했다”면서 “주택 경기는 침체됐지만 분당과 판교신도시의 매매가와 전세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IT기업들 판교테크노밸리 입주도 ‘러시’
누구보다 신분당선 개통을 기다려온 곳은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예정 기업들이다. 판교테크노밸리는 현재 대부분의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2012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 한다.
판교테크노밸리는 경기도가 야심차게 준비한 전략산업단지다. 66만2000㎡에 사업비 5조 2705억원을 투입했다.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CT(문화콘텐츠기술), NT(나노기술) 및 첨단융합기술과 인프라시설, 연구지원시설 등을 조성한다.
현재 SK케미칼과 NHN, 안철수연구소, 넥슨, 레인콤, 휴맥스 등 100여곳의 기업들이 이곳으로 옮겨왔다. 앞으로 한글과컴퓨터 등 300여 IT기업들과 BT, NT 관련 기업들이 입주를 준비 중이다. 입주를 마치면 8만여명의 기업 인구를 비롯해 유동인구가 16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판교테크노밸리가 높은 인기를 얻는 것은 넓은 사옥과 저렴한 임대료 그리고 신분당선 개통에 따른 편리한 교통망 때문이다.
현재 입주한 기업들 대부분은 강남 테헤란로에서 터를 잡았던 기업들이다. 그동안 높은 임대료를 비롯해 강남 특유의 ‘러시아워’에 따른 높은 출퇴근 비용을 지불해왔었다. 강남과 가까운 거리면서도 임대료는 절반 수준이라 앞으로 이곳으로 이주하는 IT기업들이 많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현재 판교푸르지오월드마크, 판교타워, 효성인텔리안, 유스페이스, 우림W시티, 삼환하이펙스 등에서 오피스를 분양 중이다. 대부분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사무실 수요를 예상한 오피스 형태로 3.3㎡당 적게는 700만원대 후반에서 1000만원대 초반 선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월 임대가격은 3.3㎡당 3만~4만원 내외로 연면적 당 임대 분양가격도 강남권의 2분의1 수준이다.
유스페이스는 분양조건부 임대 오피스 방식을 적용해 임대차 보증금을 3.3㎡당 700만원대로 내놓았다. 유스페이스는 향후 분양 전환 시 분양 전환 금액은 임대차 보증금과 같이 10년 전 가격으로 오피스를 분양받을 수 있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4일 임대 분양을 시작하고 하루 만에 50% 이상 팔려나갔다. 유스페이스 측은 “빌딩 계약자들은 대부분은 개인투자자가 많았다”고 밝혔다.
우림W시티는 지하3층~지상9층, 연면적 6만2,444㎡ 규모의 교육지원시설로 연구소 및 학원, 업무시설을 갖췄다. 지하1층에는 전문식당가, 주점, 피트니스 센터 등이, 1층은 편의점, 약국, 은행, 분식점, 카페 등 생활편의시설, 2층에는 고급음식점 및 바, 클리닉센터 등이 들어선다.
강남을 뛰어넘을 상권 투자문의 쇄도
판교신도시는 상가에 대한 관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입주 기업의 구매력이 좋아 상권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판교신도시 아파트는 서울 강남일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구매력이 높아 고급 상권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C 공인중개사 사장은 “그 동안 판교신도시 상가에 대한 진척이 없어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 신분당선 개통으로 상권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와 관련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 오피스텔들이 상가를 끼고 있어 상권 형성이 쉽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대우건설이 판교역 앞에 건설 중인 ‘판교푸르지오 월드마크’는 단지 내에 초대형 스트리트형 상가가 조성된다. 상가 3면이 모두 개방돼 있고 양쪽으로 4m의 공간을 만들어 야외 테라스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1층 평균 분양가는 3.3m²당 5200만원대로 중도금 30%까지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다.
이곳은 신분당선 개통 이후 하루 50~60여통의 문의전화가 폭주한다. 유스페이스도 지상 3층까지 상가로 구성했다. 우림건설의 우림W시티도 지상2층까지 상가로 임대해 분양하고 있으며 판교엠타워도 1층에 스트리트형 상가를 조성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판교역 주변에 건설 예정인 ‘알파돔’이 완공되면 거대 상권으로도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이미 현대백화점은 이곳 대형마트에 영화관 입점을 준비한 상태다. 또 2015년 판교역에서 성남~여주 복선 전출 개통과 2016년 신분당선 2단계 노선이 수원 광교신도시까지 연장되면 경기 남부의 인구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부선 가격거품 논란 신중한 접근 필요
판교신도시에 대한 긍정적 반응과 함께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판교신도시는 2~3년 이내에 상권 활성화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판교신도시 E 공인중개사 사장은 “판교신도시 상가는 분양 초 고분양가 논란과 함께 분양률에 비해 개발이 지지부진해 현재도 가격 거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분양가를 낮추고 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상권이 활성화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밝혔다. 신도시 특성상 상권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투자자들도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신분당선 개통으로 강남과 판교의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문제는 금융 위기가 겹치면서 판교신도시가 당장 활성화되는 분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분당 인구 역시 현재 서현동에 이미 상권이 형성돼 있어 무리하게 판교에 상권을 형성하면 ‘풍선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또 “유럽발 위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판교신도시에 대한 투자 분위기는 썩 좋은 편은 아니다”면서 “이로 인해 판교에 상권이 형성되기 보다는 오히려 강남 쪽으로 들어가는 인구가 늘어나 강남 상권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다만 상권과는 별개로 판교테크노밸리와 관련 기업들에게는 큰 이점이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박 대표는 “신도시 개발이 완료되면 우선 기업체들의 이주가 얼마나 진행되느냐에 성패가 나뉘는데 현재 기업들의 이주 속도를 보면 좋은 편이다”면서 “신분당선 개통은 오히려 기업들에게 장점으로 작용해 강남의 많은 기업들이 이주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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