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10일 시행된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불수능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모두 쉽게 출제됐다. 이에 따라 영역별 만점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1% 안팎으로 출제당국의 목표치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언어·수리(나형)영역은 만점자가 2%에 육박했던 올해 9월 모의평가에 비해 다소 어려워진 반면, 만점자가 0.32%에 그쳤던 외국어영역은 쉽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 만점자 비율을 1%수준에서 비슷하게 유지하려는 취지에서 고난도 문항을 적절히 조정한 노력이 엿보인다.
언어영역의 경우, 연계율은 74%에 이르렀지만 연계문제 중 고난도 문제가 다수 포함됐다. 문학영역에서는 6개의 지문 중 5개가 EBS교재에서 연계됐으며 문제도 전반적으로 평이했다.
반면 비문학 영역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 논고'나 '양자역학의 불확실성'에 관한 지문들이 EBS교재와 연계됐음에도 관련 개념을 모르면 풀기 어려운 문제들로 꼽혔다. 특히 사람의 청각 체계에서 일어나는 음원의 위치 파악 원리에 대해 설명한 기술 지문은 가장 까다로운 지문으로 평가됐다.
수리영역 가,나형 모두 연계문제는 기존 교재에서 크게 변형되지 않은 채 출제돼 체감 연계율은 상승했다. 다만 고난도 문제들은 EBS교재에서 연계되지 않았다.
가,나형 공통문제인 30번의 경우, 지수함수의 순서쌍 개수를 묻는 최고난도 문제로 꼽혔다. 가형에서는 합성함수의 미분법을 다룬 28번 문항, 직선과 평면이 이루는 각을 다룬 29번 문항이, 나형의 경우 지표와 가수를 묻는 20번 문항, 무한수열의 합을 묻는 28번 문항이 각각 1등급을 가늠하는 문제로 분석됐다.
외국어영역은 지난 6월과 9월 모의평가 결과를 의식한 듯 확실히 쉽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모의평가 만점자 비율은 0.72%에 그쳤고, 9월에는 더 줄어든 0.32%에 머물러 외국어영역은 지난해 수능부터 줄곧 어려웠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올해 수능에서는 쉽게 출제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듣기문제의 경우 연계율이 90% 이상이었으며 기존 교재의 스크립트보다 짧게 출제됐다. 어휘문제에서는 어려운 어휘가 사라지거나 쉬운 어휘로 대체돼 기존 문제보다 더 쉽게 출제되기도 했다. 까다로운 문제들도 2~3개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추상적인 내용이 줄어들고, 지문의 길이도 짧아졌다는 평가다.
이금수 대교협 상담교사는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 대한 브리핑에서 "국민과의 약속인 영역별 만점자 1%의 기준을 맞추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한편, 대성학원, 종로학원, 메가스터디 등 사설입시기관들은 영역별 1등급 구분점수가 원점수를 기준으로 언어 2~7점, 수리 가형 13~17점, 수리 나형 3~6점, 외국어 2~6점 가량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놔 진학지도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연근 대교협 상담교사는 "수능이 쉽다고 해서 변별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정시에서는 최상위권 학생과 동점자수가 늘 것으로 예상돼 치열한 눈치작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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