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숲 녹색 코스
송림 속에서 상쾌한 '하이킹 라운드'를 했다.
일본 북부의 후지산으로 불리는 이와테산 중턱에서 가슴까지 탁 트인 푸른 초원 위를 가로지르는 백구를 바라보니 인생만사 복잡한 세상사를 모두 실어 보내는 것 같아 좋다. 처음 만난 일본사람들이지만 십년지기같이 서로의 격을 떠나 모두가 허물없는 친구처럼 골프를 통해 겸손해지고 우정을 느끼게 된다.
일본 아키타현 관광청 초청으로 온천과 스키로 유명한 인구 30만명의 현도(縣都) 아키타시를 방문했다. 하치만타이(十和田八万臺) 국립공원에서 골프와 온천, 그리고 일본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아키타현과 이와테현의 경계 부근에 자리 잡은 시즈쿠이시골프장은 구릉지형을 활용해 조성한 골프장으로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봄, 여름, 가을에는 골프장으로 이용된다. 1984년 오픈했고, 카라마츠코스(파72ㆍ6881야드)와 카에데코스(파72ㆍ6707야드) 등 36홀 규모다. 카라마츠가 인공미를 가미한 짧고 까다로운 코스라면, 카에데는 자연미를 그대로 활용한 시원시원한 레이아웃이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페어웨이가 넓고 그린도 커서 남녀노소 핸디캡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껏 샷을 날릴 수 있는 관광지코스지만 설계가는 홀들을 아주 흥미롭게 만들었다. 또 이와테산을 조망하는 아름다운 전망과 천연 그대로의 수려한 자연은 동북지방다운 특성과 고즈넉함이 깃들어 있다.
매홀 빼곡하게 들어찬 나무들에 둘러싸인 코스에서의 라운드는 마치도 녹색정원에서 하이킹하는 착각 속으로 빠지게 한다. 다섯 개의 해저드와 118개의 벙커로 무장한 36홀 골프장을 하루에 모두 돌고 나니 정복감과 행복감에 황홀해진다.
깊은 벙커를 간신히 넘는 짜릿한 전율감과 긴 퍼팅의 경쾌한 파열음을 느끼며 젊은 동반자의 호쾌한 장타와 젊은이 못지않은 정열을 발산하는 노시니어의 신기의 숏게임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골프의 묘미를 즐겼다. 플레이를 마치고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뼈가 녹는 듯하다가 따뜻한 정종을 한 컵 마시고 나니 곧 원기가 되돌아온다. 아키타 공항에서 1시간 50분이 걸린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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