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백화점 3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백기’를 흔들었다. 백화점 수수료 인하 방안이 공정위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 내려진 것.
8일 공정위는 롯데, 현대, 신세계 등 3개 백화점이 1054개 중소입점·납품업체의 판매수수료를 3∼7%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롯데백화점은 총 403개 업체에 대해 수수료를 인하하고, 현대와 신세계백화점도 각각 321개, 330개 중소업체의 수수료를 낮추기로 결정했다. 9월6일 김동수 공정위원장과 유통업계 대표가 만난 이후 두 달여 만에 구체적인 합의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그 결과는 백화점의 완패나 다름없다.
대상 업체가 백화점별로 300~400개로 중소납품업체의 절반이 해당됐고, 적용시기도 공정위 입장대로 10월분부터 적용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인하 방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정위는 백화점이 제출한 인하방안을 2~3차례 되돌려 보내는 등 입장을 관철시켰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처음 받은 인하 방안에는 중소기업 명단이 포함 되지 않은 곳도 있었고, 백화점 임의로 30여 곳의 대상 업체만 선정해 제출한 백화점도 있었다”고 백화점의 인하 방안을 반려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 백화점 관계자는 “9월말 처음 제출한 인하 방안을 포함해 모두 3차례 공정위에 인하 방안을 제출했고, 최종안에는 적용 대상 업체가 대폭 확대됐다"며 "최종안이 제출된 이후에도 세부적인 사안에 대한 공정위의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끈질긴 공정위의 요구에 백화점 업계가 속을 다 드러낸 셈이다. 공정위는 "백화점 납품업체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판매수수료 인상이었는데 이를 하향 안정화시킴으로써 유통업과 제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동반성장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백화점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할 말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공정위의 뜻대로 결정돼 수수료 인하를 이행하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제 '영업이익 감소'라는 상처만 남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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