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아직 후보자 신청도 받지 않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벌써부터 뜨겁다.
출마선언도 하지 않는 황건호 현 회장의 연임 불가 성명이 나오는가 하면,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자천 타천으로 거명되는 예비 후보자들의 하마평도 떠돌고 있다. D증권, W증권, L증권, H증권, 또 다른 D증권사 등의 대표들이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금투협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힘 있는’ 인사가 내려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009년 4월 자본시장통합법 발표와 함께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업협회 등 3개 협회가 통합돼 설립됐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사 등 회원사들로부터 걷는 회비로 연 5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금융권 최대 단체로 성장했다. 회장은 3년 임기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후보가 총회에서 선출되고 연임이 가능하다. 오는 1월께 선거가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황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황 회장이나 측근들은 연임 도전에 여전히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선거일도 많이 남아 있고, 12곳의 전·현직 증권사 CEO가 소송에 휘말려 있는 ‘주식워런트(ELW)사태’도 해결되지 않는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시기상조라는 생각에서다.
황 회장은 2004년 증권업협회 최초로 치러진 경선제 회장 선거에서 45대 회장에 당선됐다. 이어 2007년 연임에 성공해 46대 증권업협회장이 됐다.
당시만하더라도 황 회장의 연임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45대 회장을 지내면서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구조조정을 실시해 정체돼 있는 조직에 활력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회장이 연임된 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금융투자협회 초대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부터 계산이 복잡해졌다. 45~46대 증권업협회장직까지 포함하면 황 회장은 3연임인 상태로 내년 선거에 출마할 경우 4연임 도전이다.
반면, 금융투자협회장직만 놓고 본다면 지금이 첫 임기인 셈으로 재선되면 ‘2연임’에 불과하다.
황 회장이 10년 가까이 회장직에 있으면서 재차 도전할 가능성이 엿보이자 민주노총 증권업종본부측은 최근 성명을 내고 “차기 금투협회장은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거나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해선 안된다”며 연임 불가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가 자본시장 환경변화에 따라 새로운 회장을 뽑아 변화를 모색할지, 국제증권업협회협의회(ICSA) 회장에 선출되는 등 국제적 위상을 높인 황 회장의 공로를 인정할지 선거가 기다려진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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