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국책금융기관인 산은금융지주가 수신기반 확충을 위해 내년에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시장 과열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산은금융의 계획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31일 "산은금융지주와 신용카드 산업 진출에 대해 협의한 사항은 없다"며 "당국과 논의없이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은 지난 28일 산은금융 2주년 기념식에서 "지주 창립 3년차에는 점포확충, 카드산업 진출 등을 통해 수신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결정할 때 언제라도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기업가치를 꾸준히 제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금융 관계자는 "당장이 아니라 향후 계획을 말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산은금융이 민영화를 오는 2014년까지 끝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수신기반을 본격 늘려야 한다. 그리고 수신기반 확충 전략의 중심에 신용카드가 있다.
산은금융은 스포츠마케팅, '다이렉트 뱅킹(Direct Banking)', '발렛 파킹 서비스(Valet Parking)' 등 다양한 틈새 전략을 발표하며 수신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평창 정기예금', 대구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KDB산업은행 공동가입 정기예금' 등이 잇달아 성공을 거뒀고, 임직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통장을 개설해주는 다이렉트 뱅킹은 출시 일주일만에 1000명의 고객이 몰렸다. 그러나 혁신적인 상품만으로 안정적인 수신기반을 갖추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산은 내부 분석이다. 신용카드 없이 현금카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산은은 조만간 산은캐피탈 내부의 법인카드 라이센스를 이용, 개인에게도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당국과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입장이 곤란해진 것은 금융당국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최근 신용카드 증가세를 막기 위해 각 회사의 마케팅비용 및 카드 발급까지 규제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카드를 분사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국이 산은금융의 신용카드 산업 진출을 신규 승인할 경우 특혜 논란이 일 수 있고, 당국이 나서서 신용카드 확대를 독려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추진 당사자가 '실세'라고 불리는 강 회장인 만큼, 대놓고 싫은 소리를 내기도 껄끄럽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금융의 카드 진출에 대해 "여기서 논할 만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흐렸다.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