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4420억유로에 비해 크게 줄어..단기 대출 이월 수요 많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로존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1년짜리 대출 창구를 통해 570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FT는 유로존 은행의 대출 규모가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적다면서도 장기 대출을 통해 재무를 탄탄히 하려는 은행들의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181개 은행들이 ECB의 1년짜리 대출 창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ECB가 은행들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처음으로 1년 만기 무제한 대출 창구를 개설한 것은 2009년 6월이었다. 이 제도는 금융시장이 안정되는듯 했던 지난해 6월 폐지됐으나 유로존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이달 다시 재개됐다.
2009년 6월 1년 만기 대출이 처음 이뤄졌을 때 당시 유로존 은행들은 무려 4420억유로를 대출했다. 이는 단일 유동성 공급 대책 중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 공급이 이뤄진 것이었다.
당시에 비하면 현재 은행들의 대출 수요는 현격히 줄어든 셈이다. 이와 관련 2009년 당시 은행들이 싼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다른 자산을 인수하기 위한 수요가 많았다고 FT는 설명했다. 당시 ECB 대출 창구를 이용해 차입매수에 나서려는 은행 수요가 많았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로렌드 프랑솔레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이같은 투기적 입찰이 2009년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많은 유로존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3개월 대출을 이월하기 위해 12개월 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ECB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 대책이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1년짜리 대출 프로그램 외에도 1주일, 1개월, 3개월짜리 유동성 공급 창구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12월에는 13개월짜리 대출 창구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는 은행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을 고려한 것이다. 13개월짜리 대출을 이용하면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12월을 두번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13개월짜리 대출 창구에 대한 은행들의 수요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ECB 총재로 내정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26일 금융시장 긴장이 지속되는 한 이같은 대출 창구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ECB가 비전통적 조치들을 통해 금융시장이 장애를 일으켜 통화 흐름이 차단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의 발언은 ECB가 계속해서 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매수할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편 드라기 총재가 취임하는 다음주 ECB가 최근 공개했던 커버드본드 매입에 관한 세부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ECB는 이달초 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1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400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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