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유럽 자동차 시장이 경제위기와 겹쳐 극심한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정면 돌파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유럽 시장 점유율과 판매를 늘리는 기회로 삼은 경험을 살려 올해와 내년에도 현지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언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1~9월 유럽 판매량은 51만3000대로 올 들어 시장 점유율 5% 벽을 최초로 돌파했다.
27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 8월 유럽 시장 진출 이래 월간 최대인 5.8%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양사는 9월에도 5.7%를 달성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 추세라면 올해 유럽 시장 판매 목표치인 69만8000대 달성 가능성은 높다. 현대차가 40만5000대, 기아차는 29만4000대로 전년 대비 12.4% 증가한 규모다.
현대차는 9월까지 30만2219대를 판매해 작년보다 9.4%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유럽 전략형 모델인 i 시리즈의 도움이 컸다. i30는 7만6057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i10(5만5097대)과 i20(5만1474대)가 뒤를 이었다. 최근 출시한 i40는 2개월여 만에 5938대를 팔았다.
기아차도 순항 중이다. 9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한 21만823대를 판매했다.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 현지 전략형 모델 씨드가 5만2100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처럼 한층 강화된 현지 모델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럽 시장의 회복세가 더뎌 당분간 제한된 수준으로 산업 수요가 정체될 것이 예상되는 데다 각국 정부가 긴축 기조를 세워 폐차 인센티브 등 정책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치열한 판매 경쟁을 통한 시장 확보만이 살 길이 된 셈이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신차의 성공적인 런칭을 위한 마케팅 집중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 및 품질 강화 ▲딜러의 질적 개선 활동을 통한 판매 역량 제고 ▲판매 금융 다양화 및 활성화로 확대 지원 ▲중장기 지속가능 기반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등 유럽 현지에 맞춘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불황기 수요 창출에 가장 효과적인 신차 출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i40, 벨로스터 등 신차에 대한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전개해 판매 볼륨을 늘릴 계획이다. 특히 i40가 현대차의 중형차급(D 세그먼트) 판매 확대를 위한 선봉장 역할을 맡은 만큼 대대적인 광고와 판촉에 나서고, 홈투홈 서비스 등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기아차는 중장기적으로 유럽 톱 10 브랜드 진입을 위해 마케팅 역량을 쏟아 붓는다.
먼저 전 차종 7년 보증 서비스를 내세워 품질과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디자인을 통한 특징과 차별화를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5를 하반기 중 유럽에 출시해 그동안 판매가 부진했던 중형 세단(D 세그먼트) 시장을 공략한다는 포부다.
한편 유럽 자동차 시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크게 위축됐다. 2007년 1800만대를 넘었던 산업 수요는 1년 만에 1700만대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와 내년에는 1520만대, 1545만대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1~9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1046만대를 기록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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