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잇따라 터져나오는 내부비리, 인천 조폭난동 사태로 체면을 잔뜩 구긴 조현오 경찰청장이 초강경 카드를 연일 꺼내들고 있다. '총을 쏴서라도 조폭을 잡으라'는 취지의 발언이나 '전의경을 직업경찰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이 그렇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내 대통령령 정비로 모양새를 갖출 검ㆍ경 수사권 조정합의에서 검찰에 주도권을 넘겨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 청장은 "경찰은 올해 말까지 조폭과 전쟁을 할 것"이라며 "제압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모든 장비ㆍ장구를 동원하도록 하겠다"고 25일 정례 기자간담회 통해 밝혔다.
최근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에서 130여명의 조직폭력배가 모여 흉기를 꺼내 들고 활극을 펼치다 유혈사태가 빚어졌는 데도 현장에 출동한 경관들이 대응은 커녕 보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데 따른 초강경 카드다.
조 청장은 "두렵다고 뒤꽁무니를 빼면 경찰이냐. 총은 뭐하러 들고 다니느냐"며 무력한 현장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조폭과의 전쟁엔 인권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겠다"며 조직폭력에 대한 엄정대응을 지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의경 폐지 권고도 경찰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선임병의 구타ㆍ가혹 행위로 후임병이 숨지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자 직권조사를 거쳐 경찰청장에게 전ㆍ의경 제도의 전면 폐지를 권고했다.
조 청장은 이에 대해 "전ㆍ의경들을 하루바삐 직업 경찰관으로 대체해 가는 것이 옳다"며 내년부터 전경을 폐지하고, 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2016년부턴 의경 제도도 폐지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 토론 자리에서 일선 경찰청 간부가 "전의경이 치안력의 상당 부분을 감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폐지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치안 공백의 부담을 넘길 위험이 있다"고 반박한 것에 비춰보면 크게 물러선 행보다.
지난 7월 가진 '전ㆍ의경 생활문화 개선성과 보고회'에서 전ㆍ의경 간 구타ㆍ가혹 행위가 사라졌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폐지수순을 밟기로 한 것은 최근 경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청장은 이어 "일주일에 한번씩 내부 비리 척결회의를 진행하겠다"며 "각종 허가 과정에서 구조적인 비리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ㆍ영등포 등지에서 경찰관이 장례식장 업주에게 돈을 받고 변사한 시신을 넘기거나, 강남에서 동료 경찰을 협박해 수백만원을 뜯어낸 경찰이 구속되는 등 경찰 내부 비리가 연이어 불거진 데 따른 조치다.
한편, 조 청장은 "수사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주체성을 확립해 나가겠다"며 여전히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김효진 기자 hjn252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