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어떤 그룹 청사진 내놓느냐 따라 달라진다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미래경영전략 구도 재편을 추진하면서 그룹내부는 물론, 재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의료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장에 내정한 것은 신호탄일 뿐이다.
삼성 계열사들이 미래경영전략을 짜기 위해 대거 외부기관으로부터 사업 전반에 걸쳐 컨설팅을 받았거나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상당수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권고로 컨설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일부 계열사는 이 회장이 사옥집무를 시작한 4월 이전에 컨설팅을 받았지만 재차 컨설팅이나 그룹 경영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삼성그룹의 중장기적인 청사진이 완전히 새로운 틀에서 마련될 공산이 커졌다.
26일 삼성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외부경영컨설팅을 받았거나 현재 진행중인 곳은 삼성증권과 삼성물산, 삼성의료원, 삼성LED 등이다.
우선 윤사장이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장에 내정된 삼성의료원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외부기관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글로벌 선도병원TFT'까지 구성했다.
그러나 그 결과를 받아 본 이 회장은 이에 만족치 않았고 미래전략실을 통해 6월 22일부터 8월 12일까지 재차 경영진단을 진행했다. 그 결과가 병원사업의 글로벌화 전략 수립, 그리고 이에 따른 윤사장의 일류화추진단장 내정으로 이어졌다.
삼성증권은 이번 주부터 글로벌 컨설팅업체로부터 IB업무 강화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재편과 관련해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삼성증권도 올해 초 한 차례 컨설팅을 받은 바 있어 이를 보완하고 내년 이후 중장기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재차 컨설팅을 받기로 해 1차 컨설팅 결과에 대해 미래전략실이 수정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IB업무파트 강화를 위해 중장기 사업전략의 대폭적인 수정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컨설팅 결과에 따라 사업부재편 및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작년부터 시작된 컨설팅을 최근 들어 마무리했다. 여기에는 업무프로세스 개선, 글로벌 동종기업 벤치 마킹 등을 통한 전반적인 사업영역 조정안이 포함됐다.
삼성의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사업영역이 워낙 넓어 사업부별로 컨설팅을 받았고 업무프로세스 통합 등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외부기관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나 삼성SDS 등 올해 외부컨설팅을 받지 않은 계열사는 이미 작년에 '비전 2020' 등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고 이 회장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삼성카드의 경우 상품권 사건 발생으로 그룹 감사를 받은 후 최근에는 고객정보유출로 인해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들 사건이 수습된 후 향후 경영컨설팅이나 그룹의 경영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다수의 계열사들이 올해 전략 컨설팅을 동시에 진행했다는 점은 계열사간 시너지창출을 사업구조 재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삼성이 내년도 그룹 전체의 청사진을 내놓으면 다른 그룹들도 중장기 전략 수립에 이를 참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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