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내리자니 여론 뭇매..많이 내리자니 부담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이 증권사에 부과하는 주요 거래 수수료를 올해 연말까지 면제키로 결정한 가운데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유관기관 수수료 면제분 만을 반영하겠지만 최근의 금융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하면 이같은 소극적인 대응으로는 오히려 비난을 받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유관기관의 수수료 인하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소와 예탁원이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한 수수료 부분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 삼성증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수수료 인하 방침을 세웠다”며 “유관기관의 수수료 면제가 시장활성화를 위한 것인 만큼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09년에도 유관기관의 수수료 면제분 만큼 수수료를 인하했었다.
다른 증권사들도 수수료 인하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27일 이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고 현대증권, 대우증권, 동양종금증권 등도 비슷한 입장이다.
관건은 인하 폭이다. 유관기관의 수수료 면제분을 반영할 경우 주식거래 수수료율은 지금의 0.015%(업계 최저기준)에서 0.01066%로 내려가지만 증권사가 부담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추가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D증권 관계자는 “유관기관이 면제한 수수료율 부분은 하향조정하겠지만 자체적으로 부과하고 있는 수수료는 이미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여서 추가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의 분위기도 큰 차이가 없다. 수수료 수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추가인하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관기관 면제분에 추가해서 수수료를 내릴 경우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는 한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묘안은 주식거래 수수료가 아닌 다른 수수료를 내리는 방안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과 비슷하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입출금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인하와 관련한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거래수수료 이외에 다른 수수료 부분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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