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규모 5년간 시행 계획 밝혀…은행측과는 합의 안돼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대학생에게 등록금 무이자 대출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혀 그 배경과 성사 여부 등이 주목된다.
노조는 21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조원 규모의 대학생 무이자 대출을 5년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 측에 확인한 결과 노조와 경영진이 합의하지는 않은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반값 등록금' 등 대학생 등록금 문제가 사회·경제적 이슈로 부각됨에 따라 공익에 기여하기 위해 이번 상품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는 노조가 제공하고 최종 결정은 은행 경영진 몫으로 넘긴 셈이다.
노조가 먼저 대출상품 출시를 제안하며 기자회견까지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더군다나 은행 측과 사전에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선심성 이벤트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조 측도 "현재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매 계약이 진행되고 있어 사업 추진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과의 인수합병(M&A)에 반대하며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의 '징벌적 매각'을 주장하는 노조가 일종의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대학생 무이자 대출을 통해 세간의 이목을 끈 뒤 기존 주장에 더 힘을 실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지 않냐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해 '먹튀(먹고 튀다)'를 돕게 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현 시세대로 외환은행 지분을 팔도록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한편 노조는 직원 기부 등을 통해 총 1조원의 기금을 마련, 학기별로 1000억원씩 5년간 대학생을 상대로 무이자 대출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소득 7분위 이하가 대상이며 연령 및 학점 제한은 없다. 졸업 후 1년간 유예기간을 준 뒤 5년간 분할상환하는 방식이다.
노조는 향후 대학생·시민단체 대표 등과 협의회를 꾸려 세부사항을 조율할 예정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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