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여당의 네거티브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박원순 후보의 16일 TV 방송연설 중)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박원순 후보 지원이 빠르면 이번 주 중이나 늦어도 주말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격에도 "대응하지 말고 정책으로 승부를 걸자"고 독려했던 박 후보 측이 법적 대응과 '반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기조를 바꾼 것 자체가 안 교수에게 'SOS'(구원 요청)를 친 것이라는 해석이다.
안 교수는 지난 9일 박 후보의 지원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원 요청이 오면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 측의 요청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하지만 박 후보가 '직접' 안 교수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힘들다는 게 캠프 핵심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지원 요청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접전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박 후보가 직접 요청을 하게 되면 박 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상대적으로 느슨한 중도층이 이탈할 수도 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이미 한 차례 양보를 받아 출마한 박 후보가 안 교수에게 지원을 직접 요청하는 것은 모양새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안 교수 스스로 '구원투수' 역할을 자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선대위에서 안 교수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후보 자신밖에 없다"며 "후보가 요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선거 지원 여부는 전적으로 안 교수가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최근 요동치는 여론조사를 접한 안 교수가 박 후보에게 연락을 해 유세 또는 기자회견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안 교수가 지원에 나설 경우 선거 국면도 크게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권은 당초 이번 선거를 이명박-오세훈 전임 시장 10년의 시정과 이명박 정부의 심판이라는 프레임으로 가져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조직이 힘을 발휘하고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박원순 검증'의 프레임으로 흐르는 상황이다. 안 교수가 정면에 나설 경우 당초 야권의 기대대로 선거구도를 가져갈 수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안 교수가 국민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것도 '기성정치'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갈망이 서로 공명(共鳴)했기 때문"이라며 "안 교수가 정면에 등장할 경우 한나라당의 '네거티브'가 구태정치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정권 심판론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후보 선대위의 우상호 대변인은 "안 교수가 지원에 나설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다만 안 교수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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