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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사상 최저..멀어지는 그린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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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 재정위기가 친환경 유럽 건설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락해 기업들이 풍력이나 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할 필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물질인 이산화탄소(CO2)나 메탄(CH4) 등을 뿜어낼 수 있는 권리를 사는팔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업들은 풍력이나 태양열 등 온실가스 발생 없이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내면 온실가스를 줄인만큼 탄소배출권을 팔아서 수익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유럽 재정위기가 깊어지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 둔화로 공장을 가동할 일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필요없어진 탄소배출권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유럽 정부는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매를 통해 탄소배출권 매도에 나서고 있다. 공급량 증가로 탄소배출권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13일 영국 런던 인터컨티넨털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유엔 탄소배출권 선물 12월물 가격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이날 탄소배출권 12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0.37유로(-4.79%) 하락한 t당 7.35유로로 거래를 마쳤다. 통신은 탄소배출권 12월물 가격이 장중 5.3% 폭락하며 사상최저인 t당 7.15유로까지 하락했다고 전했다. 올해 탄소배출권 12월물 가격은 지난 5월2일 13.19유로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44%나 폭락했다. 내년 12월물 선물 가격도 장중 사상 최저인 t당 7.32유로까지 밀렸다. 유럽연합(EU) 탄소배출권 12월물 선물 가격도 장중 3.6% 급락하며 t당 10.31유로까지 하락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업들은 굳이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해 온실가스를 줄이려 할 필요가 없어졌다. 탄소배출권을 팔아봤자 수익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은 싼 가격에 탄소배출권을 매수해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린(green) 유럽 건설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트레버 시코스키 애널리스트는 "우리 주변에 탄소배출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배출권 수요는 완만해지는데 반해 공급은 늘어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탄소배출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런던 경영대학원의 파견 연구원인 마르셀로 라브레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거의 바닥에 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7유로 이하로 떨어지면 대부분의 탄소배출권 보유자들이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수준의 탄소배출권 가격도 너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은 저탄소 세대를 위해서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16파운드(18.44유로)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때문에 영국은 아예 탄소배출권 가격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아예 탄소배출권 최저 가격을 2013년부터 t당 16파운드(18.44유로)로, 2020년까지 30파운드로 인상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포이리의 제임스 콕스 애널리스트는 "재생 에너지 발전을 망칠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낮은 탄소배출권 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위기 국가들이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그리스는 지난달 21일 탄소배출권 경매를 통해 약 300만유로를 조달했다. 그리스는 오는 26일과 11월30일에도 탄소배출권 경매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온의 게오르그 오퍼만 대변인은 "현재 가격 수준은 저탄소 에너지 발전에 대한 투자를 자극하지 못 한다"며 "기업들은 향후 가격 인상이 기대될 때에만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얄더치셀의 그래미 스위니 부사장은 "유럽이 탄소 가격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배출권은 1997년 고토의정서 12조에 규정된 유엔의 청정개발체제(CDM)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면 감축분을 시장에 팔아 수익으로 확보,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독려토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교토의정서는 2012년까지 37개국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1990년 수준보다 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생산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럽이 9000억유로를 투자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2050년까지 95%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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