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구글·페이스북에 밀려 고전중인 포털 ‘원조’ AOL과 야후 간의 합병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AOL의 팀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가 주주단과 만나 야후와의 합병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12일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야후의 매각설 등이 부각되면서 AOL은 월가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밀려났지만, 암스트롱 CEO는 AOL과 야후의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그는 이번 회동에서 “AOL이 야후와 합병할 경우 데이터센터와 스포츠·엔터테인먼트·금융 등 뉴스사이트 등의 통합으로 10억~15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면서 “합병을 통해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광고노출도를 높여 온라인 기업의 최대 수입원인 광고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여한 AOL의 주요 주주 중 하나는 “논의된 내용은 1년 전부터 제기되어 온 AOL의 사업기반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매각 가치가 있는 자산은 무엇이며 어떻게 분리할 수 있는가 등도 거론됐다”고 전했다.
주주들은 야후와의 합병에 일단 긍정적이지만 암스트롱 CEO가 이를 추진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변수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중국 알리바바닷컴 등이 야후의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전망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다 업계에서는 제리 양 야후 공동창업주가 야후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미국 온라인시장을 장악했던 AOL과 야후는 빠르게 진화하는 IT산업계와 온라인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됐다. 아직까지 야후는 구글에 이어 미국 2위 온라인 포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트래픽 증가세는 정체되고 있고 사용자 평균 이용시간도 페이스북 등 소셜미이어에 크게 떨어지고 있다.
1983년 창립된 AOL은 아메리카온라인(America Online)이란 이름으로 미국 IT업계 초창기부터 함께 해 온 인터넷서비스·미디어종합기업이다. AOL은 90년대 PC운영체계의 주력이었던 MS DOS와 윈도 3.1, 윈도95 등을 기반으로 이메일·메신저·미디어재생기 등 온라인서비스를 통해 ‘최강자’로 군림했지만, 2000년 타임워너에 흡수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합병된 ‘AOL타임워너’는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으로 세계의 관심을 끌었지만 실적악화와 주가폭락으로 2009년 다시 분리됐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AOL이 같은해 영입한 인물이 구글 미국사업부 대표를 맡았던 팀 암스트롱 CEO다. 암스트롱 CEO는 코네티컷 칼리지에서 경제학과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IT미디어그룹 IDG와 디즈니의 ABC/ESPN을 거쳐 구글 미국사업부에서 광고판매·마케팅 업무를 맡아 왔다.
AOL 주주들은 마케팅 분야에서 검증된 암스트롱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으며 AOL의 황금기를 다시 열 것을 기대했지만, AOL을 둘러싼 시장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8월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AOL은 118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매출도 8.4% 감소한 5억4220만 달러에 그쳤다. 주가는 31%나 폭락했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성적에도 아직 주주들은 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한 주주는 “암스트롱 CEO는 야구로 비유하자면 6이닝째를 맞은 셈”이라면서 “아직 평가를 내리기엔 때가 이르다”고 말했다.
업계는 야후와의 합병 추진이 암스트롱의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암스트롱 CEO는 야망있는 인물이며 지난 18개월간의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AOL과 야후의 합병을 어떻게든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